
이재명 대통령이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대외 전략을 각국에 설명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특사단 파견이 대미 특사단을 둘러싼 혼선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특히 미국 특사단 구성에 차질이 빚어지며, 정부의 외교 구상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도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14일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미 특사단 구성이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 역시 "대통령실의 공식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이언주·김우영 의원이 대미 특사로 내정됐으나, 김 전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특사단 편성은 제동이 걸린 상태다.
논란의 중심에는 김 전 위원장의 과거 발언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과거 SNS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선동, 우민, 광인 정치의 전형"이라고 언급했던 사실이 드러나며, 외교 결례 여부와 정치적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 9일에는 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김 전 위원장 지명에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장면이 포착되며 파장은 더욱 커졌다.
대통령실은 당초 이달 넷째 주 대미 특사단을 파견하는 일정을 검토 중이었으며, 이는 다음달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인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외교 행보로 해석된다. 방미 중인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의 면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접견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대미 특사단 구성을 둘러싼 이 같은 혼선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요 외교 현안을 조율할 전략 채널이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국제사회에서의 협상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대미 특사단을 제외한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 특사단 파견은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14일 출국한 유럽연합(EU) 특사단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단장을 맡았으며, 전현희·손명수 민주당 의원이 동행했다. 이어 15일에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한병도·천준호 의원이 프랑스로 향했다. 16일에는 추미애 의원이 단장을 맡은 영국 특사단(최민희·박선원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단장인 인도 특사단(송순호 최고위원·이개호 의원)이 각각 출국했다.
대통령실은 미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등 총 14개국에 특사를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경제 동맹국으로 평가되는 만큼, 이번 특사단 구성 지연이 향후 이재명 정부의 외교력에 뚜렷한 시험대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