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를 읽으면 언제나 궁금했다. 그 이야기 속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감신대학교와 안산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저자 김득중 전 총장이 펴낸 신간 <인물 중심의 복음서 연구>는, 복음서와 초대교회사에 대한 기존의 무겁고 난해한 접근을 깨고 ‘인물 중심의 서사’로 풀어낸 독창적 연구서이다. 저자는 평생 복음서를 연구하고 가르쳐온 경험을 바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을 둘러싼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조명하며 이 드라마의 숨은 메시지를 드러낸다.
복음서란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위대한 구원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 속에는 주연급 인물부터 조연, 심지어 이름도 없이 스쳐 가는 엑스트라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네 복음서와 누가복음의 속편인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초대교회의 형성과 발전에 어떤 역할과 공헌을 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본다. 사건 중심, 사상 중심으로 설명해 온 기존 초대교회사와 달리, 인물 중심의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세례 요한, 예수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던 인물
본문은 흥미로운 사실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예수의 공생애는 세례 요한의 옥중 투옥을 계기로 본격화된다. 저자는 “아마도 세례 요한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에는 예수가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분석하며, 요한의 체포가 예수 사역의 전환점이 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는 당대 세례 요한이 ‘세례자(baptist)’이자 ‘선지자(prophet)’로서 백성들 사이에서 예수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음을 보여준다.
베드로와 바울, 정말로 할례자와 무할례자의 사도였을까
또 하나의 통념에 대한 도전도 돋보인다. 흔히 베드로는 할례자의 사도, 바울은 무할례자의 사도로 구분되지만, 저자는 이러한 이분법이 베드로와 바울의 선교와 사역을 단순화한다고 지적한다. 바울 스스로 갈라디아서에서 자신과 베드로의 선교 대상을 구분했지만, 그들의 사역을 단순히 이분법으로 낙인찍는 것은 복음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축소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르다와 마리아, 그리고 여성 제자들의 존재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마르다와 마리아 자매 이야기는 그들의 성품 비교를 넘어 당시 여성의 위치를 드러낸다. 예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는 마리아의 모습은, 랍비가 여성을 제자로 삼지 않던 당시 관습을 깨뜨린 혁명적 사건이었다. 저자는 이 장면을 “종교적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여성에게 다가오신 예수님의 복음의 포용성”으로 해석하며, 복음서의 ‘인물 연구’가 곧 사회사 연구임을 일깨운다.
빌립과 에티오피아 내시, 그리고 복음의 지리적 확장
사도행전의 빌립과 에티오피아 내시 이야기도 새롭게 조명된다. 빌립의 세례는 단순한 개인의 회심 사건을 넘어, 이사야 예언이 성취되는 구속사적 사건이자 하나님 나라가 민족과 경계를 초월해 확장되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처럼 <인물 중심의 복음서 연구>는 성경의 사건을 인물 중심으로 읽어내면서, 초대교회의 형성과 복음의 지리적·문화적 확장을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쉽고, 재미있고, 몰입되는 복음서 연구
저자는 말한다. “복음서는 기독교의 가장 근본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가 많다. 이 책은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복음서를 가볍게, 재미있게, 몰입해 읽도록 돕는 책이다.”
<인물 중심의 복음서 연구>는 지난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세종도서에 선정된 그의 전작 <복음서 해석>의 후속작으로, 평생의 학문적 결실을 담은 ‘복음서 인물 편’이다. 복음서와 초대교회를 신학적 교리나 역사적 사건으로만 접근해 온 독자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선택을 통해 전개되는 구원의 드라마를 새롭게 경험하게 한다.
추천 대상 독자
이 책은 복음서를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깊이 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평신도와 신학생, 초대교회사를 인물 중심으로 체계화하고 싶은 목회자와 교사, 예수와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내면과 역할을 이해하고 싶은 성경 연구자, 역사적 사건 너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본질을 묵상하고 싶은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된다.
복음서 속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역사적 배경이 아니다. 저자는 그들을 “복음의 드라마를 함께 이끌어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 말한다. <인물 중심의 복음서 연구>는 그 만남을 통해 독자들을 다시금 복음의 현장으로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