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체제 개편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제안했다. 핵심은 당 대표 중심의 단일지도체제 도입과 최고위원회의 폐지, 중앙당과 시도당 기능 강화를 통한 당 조직 전면 재편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2차 회의에서 호준석 혁신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당 구조 개편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당 대표가 확고한 리더십을 행사하는 단일지도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최고위원회는 폐지된다. 이전투구식 회의 장면이 생중계되는 상황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 위원은 이어 "이재명 정부의 독주에 맞서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과 통일된 구조가 필요하다"며 "최고위 회의가 내부 갈등을 생중계해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인식이 크다"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최고위를 대체할 두 개의 새로운 기구도 제안했다. 첫째는 `중앙당무회의`로,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청년위원장, 여성위원장, 원외 당협위원장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 회의는 매주 두 차례 열려 주요 당무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둘째는 `전국민심회의`로, 17개 시도당 대표가 직접 선출되어 매주 한 차례 회의를 열게 된다. 전국 각지에서 전달된 민심을 중앙당에 직접 전달하며, 당규 제정·개정과 전당대회 소집 등의 요구권도 갖게 된다.
호 위원은 "지역 기반 민심을 빠르게 수렴해 당 대표에게 전달함으로써, 중앙당이 국민 여론에 더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전국 정당화를 위해 시도당의 권한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시도당은 자체적으로 대표를 선출하고, 5~10명의 최고위원을 운영하며, 여당 소속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 권한도 부여받는다.
비례대표 공천 방식도 변화가 예고된다. 호 위원은 "호남 등 당세가 약한 지역을 고려해 청년 비중을 확대하고, 공천관리위원회 중심이 아닌 당원 투표로 비례대표 후보를 정하는 방식으로 공천을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이날 회의에서 인적 쇄신과 당명 변경 등 민감한 사안도 함께 논의했다. 인적청산에 대한 구체적인 혁신안은 이르면 주말 중 발표될 예정이다. 당명 변경 여부는 향후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혁신위가 발표한 이번 혁신안은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된 후 정식 의결 절차를 거치게 되며, 당원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지만 혁신안이 실제로 당 지도부에 수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비대위에 보고한 뒤 기자들과 만나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비대위에서 논의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나왔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단일지도체제를 둘러싼 회의론에 대해 "파벌 싸움과 분열이 반복되는 구조로는 거대 여당에 맞설 수 없다"며 "안정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적청산 관련해선 "혁신위원장이 누굴 자를 권한은 없다"면서도 "계엄령, 탄핵 사과 등은 지난 3년간의 반성 차원이다. 특정 인물에게만 책임을 묻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마련된 혁신안은 당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오히려 분열을 초래하는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의원도 "혁신위가 갑작스럽게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당헌에 명문화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며 "언제까지 사과만 반복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