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과거의 정치적 실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이를 당헌당규에 명문화하겠다는 강력한 쇄신 의지를 밝혔다. 혁신위는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첫 회의를 연 직후 발표한 사죄문을 통해, 계파주의와 권위주의적 당 운영, 정치적 무능력에 대해 반성의 뜻을 전하고 향후 당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된 `국민과 당원에게 드리는 사죄문`에서 혁신위는 "내분으로 밤을 새우며 비전과 정책 역량을 쌓는 데 소홀했고, 절대 다수 여당의 폭주를 견제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당 소속 대통령 부부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해 결국 비상계엄 논의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죄문은 이준석 전 대표의 강제 퇴출과 대선후보 단일화 시도 등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한 사례도 조목조목 언급했다. 혁신위는 "당의 주인이 당원임을 망각하고 특정 계파와 인물을 중심으로 당을 운영한 것을 반성한다"며 "대표 강제 퇴출, 국민참여를 배제한 규정 변경, 대선후보 단일화 강요 등은 국민과 당원에게 절망과 분노를 안겨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4년 4월 총선 참패 이후 당내 쇄신이 지체된 점도 반성하며, 혁신위는 이러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새출발을 위한 약속`을 함께 제시했다. 해당 문건에는 국민 신뢰 회복과 당 체질 개선을 위한 실천 방안이 담겼다.
혁신위는 "국민의힘은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혁신의 혁신을 이어가겠다"며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세심히 반영하는 현장 중심 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사익 추구나 편파적인 내부 감싸기를 지양하고, 정당 본연의 자정 능력과 희생 정신을 되살리겠다는 다짐도 내놨다.
이와 함께, 모든 선출직 당직자와 공직자의 취임 선서에 이 같은 정신을 명확히 반영하고, 이를 어길 경우 당원소환제를 통해 바로잡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공천 제도 역시 상향식으로 개편되며, 특히 비례대표 후보 선출은 당원 투표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취약 지역에 대한 배려를 강화해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이러한 사죄와 약속들을 단순한 선언이 아닌 제도화로 이어가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과거와 나아갈 방향을 당헌당규에 새기는 것이 혁신위의 1호 안건"이라며 "이를 위해 전당원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전당원투표는 11~12일 중 공지를 거쳐 14~15일에 실시될 예정이라고 혁신위는 전했다. 윤 위원장은 "당헌당규에 이러한 반성과 약속을 명시하는 것은 국가로 치면 헌법 전문을 바꾸는 것과 같은 중대한 의미"라며 "지도부의 수용도 중요하지만, 당원들의 직접적 참여를 통해 통과되는 과정이 더욱 뜻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