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번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촉구하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한국이 지불하는 금액이 지나치게 적다고 지적하며, 더 많은 부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가 언급한 병력 규모나 비용 등의 수치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부유한 나라다. 우리는 그들을 재건했고 지금도 그곳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적은 돈만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부담하게 했지만, 바이든이 들어서며 그 합의를 없앴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연간 10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과거 재임 시절, 한국과의 협상에서 30억 달러(약 4조1106억 원) 규모의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히며, "전화 한 통으로 그 금액을 얻어냈다. 그러나 조작된 선거로 재선에 실패하며 논의는 멈췄고, 바이든은 이를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뿐 아니라 독일 등 주요 동맹국들을 향해서도 유사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한국에 4만5000명의 병력, 독일에 5만2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는 그들에게 도시 하나를 제공하는 수준의 경제적 혜택이며, 미국에는 막대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실제 병력은 약 2만8000명 수준으로, 트럼프가 반복해 언급한 수치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의 발언은 한 달 전과도 상반된 내용이다. 지난달 5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하며 주독미군 주둔이 독일 경제에 이득이라며 유지 방침을 밝혔지만, 이번에는 이를 다시 "손실"이라 표현했다.
트럼프는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거의 내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한국의 분담금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6년 한국은 약 9441억 원을 부담했고, 그의 재임 기간 중이던 2020년에는 약 1조389억 원을 지출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분담금은 오히려 증가해 2024년에는 1조4028억 원에 달한다.
또한 한국과 미국은 2023년 타결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따라, 2026년까지 분담금이 단계적으로 인상되도록 합의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한국이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도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지급기)이라 부르며 방위비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번 발언도 같은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날 방위비 문제에 그치지 않고, 무역과 관세 정책에서도 동맹국들을 향한 공세를 강화했다. 전날 공개한 14개국 대상 `관세 서한`과 관련해 그는 "관세는 8월 1일부터 부과되며, 이는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특히 의약품에 대해 최대 200%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으며, 구리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계획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세율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