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번 주 안으로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마련해 대통령실에 보고하고,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후에너지부가 어떤 구조와 역할로 출범할지에 정치권과 관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관련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부를 출범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산업부가 그동안 에너지 산업을 지원해온 반면, 환경부는 규제 중심의 행정을 펼쳐온 만큼, 두 부처의 기능 통합은 정책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기후·에너지 공약 설계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기후에너지부 신설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해왔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신설될 기후에너지부의 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환경부 장관 지명으로 방향이 수정되면서 환경부 중심의 부처 개편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구도에 따르면 산업부의 에너지정책실이 환경부의 기후탄소정책실과 통합돼, 환경부 자체가 기후에너지부로 확대 개편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산업 지원에 중점을 둔 산업부와 규제 중심의 환경부 간 기능적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 통합이 정책 실행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부 출신이 부서장을 맡으면 정책이 규제 일변도로 흐를 수 있고, 산업부 출신이 주도하면 기후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며 "지원과 규제를 어떻게 균형 있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가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구조 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로 출범할 기후에너지부가 이러한 공기업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국정기획위원회 논의에 참여해 산업부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6월 30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산업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산업·통상·에너지 부문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AI 시대의 머리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라면, 심장은 에너지다. 머리와 심장을 떼어낼 수는 없다"며 에너지 기능 분리에 대한 우려를 피력했다.
한편, 산업부의 통상 기능 분리 여부도 조직 개편안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통상 기능은 외교부로 이관됐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산업부로 환원됐다. 현재 외교부는 비효율적인 업무 분담을 이유로 통상 기능의 재이관을 요구하고 있으며, 산업부는 한미 관세 협상 등 복잡한 협상 국면을 이유로 현행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외교부 내에 전담 통상국을 신설하거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등 대규모 개편과 맞물려 산업부의 통상 기능까지 나눌 경우 조직 개편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산업부 2차관 산하 에너지정책실 전체가 환경부로 이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며 "부처마다 행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통합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에너지 공기업들 역시 조직 개편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기후, 에너지, 산업 정책이 균형 있게 조정될 수 있도록 점진적이고 신중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