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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논의… 외교적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를 하던 모습. ⓒ대통령실

중국 정부가 오는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전승절 행사에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2일 관련 사안에 대해 "한중 간 소통 중에 있다"고 밝히며, 초청 여부와 관련한 구체적인 외교 협의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외교 채널과 학술 회의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의사를 물으며 비공식적 초청을 지속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공식 초청장이 한국 정부에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다각도의 접촉은 사실상 초청 의사 전달로 해석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전승절은 중일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기념하기 위한 중국의 대표적인 정치 행사로, 매년 9월 3일 개최된다. 올해는 8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를 맞아, 중국 정부는 대규모 기념식을 예고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 정상의 참석 여부가 외교 무대에서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사례는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며 열병식에 참석했지만,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는 크게 경색됐다.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할 때 이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단순한 의전 차원을 넘어 외교적 상징성과 정치적 파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의 전승절에 한국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더욱 밀착하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일본이나 미국 등 주요 우방국과의 외교관계에 미묘한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논의가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의 연계성 여부에 대해 "한중 양국은 APEC을 계기로 양국 관계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승절 참석이 향후 한중 협력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대통령의 참석 여부 외에도 고위급 특사 파견 등의 대안을 포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올해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으로, 성대한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며, 각국과도 관련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혀 다국적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본 행사가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이 실제로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게 될 경우, 박 전 대통령 당시와는 다른 외교 환경 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낼지가 관심사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간 전략 경쟁이 고조되고 있고, 중국의 행사에 한국 정상이 참석하는 것이 국민 여론과 외교적 정합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