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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DMZ 방벽 작업 재개 유엔사에 통보

사진은 북한군이 방벽을 세우는 모습. (사진=합동참모본부
사진은 북한군이 방벽을 세우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방벽 설치 등 군사 작업을 재개하겠다는 내용을 유엔군사령부에 정식으로 통보한 사실이 6월 30일 확인됐다. 약 8개월간 침묵을 유지하던 북한이 유엔사를 통해 먼저 의사를 전달한 것은 이례적이며, 우리 군은 이를 단순한 통보를 넘어선 중요한 메시지로 보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월 25일 유엔사에 DMZ 일대 작업 재개 사실을 알렸다. 이 소통은 양측 간 직통전화인 일명 `핑크폰`을 통해 이뤄졌으며,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공식적인 연락이다. 북한은 작년에도 남북 연결도로 폭파 계획을 유엔사에 사전 통보한 바 있어, 이번 통보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북한군은 지난해 4월부터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지뢰 매설, 불모지 조성, 대전차방벽 설치 등 광범위한 군사 작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10월 15일에는 경의선과 동해선 일부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고, 그 자리에 방벽을 재설치하는 등 요새화 조치를 강화했다. 이러한 작업은 지난 12월 30일 일시 중단됐지만, 날씨가 따뜻해진 올해 봄부터 북한군은 다시 일부 병력을 투입하며 작업 재개 움직임을 보여왔다.

군 당국은 이번 작업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언급한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남북을 명확히 구분짓는 물리적 경계를 구축하며 남한과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통보가 향후 남북 간 소통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의도를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긍정적 신호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북한군은 지난주 후반부터 DMZ 일대에 일일 1000명 이상 규모의 병력을 투입해 대규모 작업을 재개했다"며 "우리 군은 이들의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군사분계선 침범 시 원칙대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사 측은 북한과의 소통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지만, "사전 통보는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북한의 통보는 남북 간 단절이 심화된 상황 속에서 이뤄진 드문 공식 접촉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록 직접적인 남북 대화는 아니지만, 유엔사를 경유한 소통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긴장 완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추가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으면서도 확고한 대응 태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