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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대표회의, 이재명 대통령 대법 판결 논의했지만 결론 못 내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6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판결과 정치권의 사법부 압박 논란을 두고 임시회의를 개최했으나, 법관 대표들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모든 안건을 부결 처리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열린 회의에는 전체 법관대표 126명 중 90명이 참석했다. 논의 대상은 총 5개 안건으로,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공정성과 정치권의 사법부 개입 문제 등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안건도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법관대표회의는 전국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판사 대표들이 사법행정 전반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기구다. 이번 회의는 지난 5월 26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첫 임시회의의 연장선으로 마련됐다. 당시에도 대법원이 대선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빠르게 선고한 이 대통령 사건의 공정성 문제가 안건으로 올랐으며, 정치권에서 제기된 대법관 탄핵, 특검, 청문회 등의 움직임이 사법권 독립 침해라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법관 대표들은 기존 7개 안건을 5개로 조정한 뒤 재논의했으나,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일부는 "대법원 판결로 사법 신뢰가 훼손됐기에 법관대표회의의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정치권의 재판 개입 시도를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판 진행 중에 판사들이 집단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투표 결과에서도 이러한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컨대, `법관에 대한 특검, 탄핵, 청문 절차가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므로 재발 방지를 천명한다`는 안건은 찬성 16명, 반대 67명으로 부결됐다. `대법원 판결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사법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안건 역시 찬성 29명, 반대 56명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법조인은 “법관대표회의가 집권 세력의 눈치를 보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지켜야 할 판사들이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어떠한 입장도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그러나 법관대표회의는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재판제도 분과위원회와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들 분과는 오는 12월 하반기 정기회의에서 의견을 표명하거나 공식 건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