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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정치의 분리’ 아닌 ‘종교와 국가의 분리’”

개혁교회의 직접적인 정치참여, “옳지 않지만 예외 있어”
“국교분리와 정교분리 혼동하는 오류 바로잡아야”
‘극우’, 좌파의 왜곡된 프레임
기독교와 좌파이념, ‘양립 불가’

고신총회 2025 대사회관계위원회 정기세미나 개최
고신총회 2025 대사회관계위원회 정기세미나 참석자 기념 사진. ©주최측 제공

고신총회 대사회관계위원회(위원장 박석환 목사)가 26일 경남 김해 소재 소금과빛교회(담임 박석환 목사)에서 ‘정교분리의 원칙과 한국교회의 정치 참여’라는 주제로 2025 대사회관계위원회 정기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전국 노회 임원과 장로회, 남전도회 관계자 및 관심 있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정교분리에 대한 역사적·신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공적 책임과 정치 참여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목적을 뒀다.

발표는 △최덕성 교수(브니엘신학교 총장)가 ‘개혁교회와 정치참여’ △전윤성 박사(미국 변호사, 자평법정책연구소연구실장)가 ‘정교분리의 역사와 이해(미국건국부터 한국건국과 오늘날까지)’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 신대원 원장 겸 부총장)가 ‘교회론적 관점(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의 정치 참여’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설교, 성경 해석 및 그것을 현실의 삶에 적용하는 예언 활동

고신총회 2025 대사회관계위원회 정기세미나 개최
최덕성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

최덕성 교수는 “초대교회의 신자들은 부패한 세상을 떠나 사막에 들어가 칩거, 독거하면서 영적인 행복을 추구했다”며 “정치영역은 거룩하지 않는다. 개혁교회 신자는 부패한 세상에 뛰어 들어 그 부패를 방지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한다. 빛은 어둠 속에서, 소금은 부패하는 음식물 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고 했다.

이어 “개혁교회의 목사는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신문을 든 하나님의 말씀 선포자”라며 “국가가 직면한 정치적 주제들에 대하여 성경적 원리를 신도들과 국민들에게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설교는 성경을 해석하고 그것을 현실의 삶에 적용하는 예언 활동”이라며 “우리의 목회 현장에는 성경의 가르침에 도전하는 여러 가지 악이 성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설교는 죄인의 마음에 미움을 불러일으키는 예언 사역”이라며 “죄를 질책하고,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있음을 선언하기 때문이다. 개혁교회 설교자가 하나님의 뜻을 올곧게 전하면 세상의 사회적, 윤리적, 정치적 사안들과 충돌할 수 있다. 세상의 미움을 받지 않는 설교자는 정상적인 하나님 말씀의 봉사자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개혁교회의 직접적인 정치참여는 옳은가? 옳지 않으나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며 “정치권력이 국민의 생명, 안녕, 복지를 심대하게 위협하고, 기독교를 말살하는 정책을 펼치고,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고, 헌법을 지키지 않으며, 국가를 존망의 기로로 몰고 가는 경우, 교회는 교회의 이름으로 권력자에게 충고, 조언, 경고, 질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목사가 설교단에서 정치에 직결된 사회 현안과 정치 주제의 성경의 지도에 따라 설교하는 것은 옳은가”라며 “지당하다. 기독교인들이 기독시민 단체와 정당을 만들어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정당하다. 교회 안에는 다양한 정치 성향을 가진 교인이 있으므로 목사는 어느 경우에든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판단을 유보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설교자의 기준은 성경”이라고 했다.

또 “기독교인이 아스팔트 광장에서 구국기도회와 정치적 시위를 하고 정의를 외치는 것은 무방한가”라며 “국법이 이 자유를 보장한다. 세속권력이 하나님의 법, 하나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역할 때,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지 않을 때 공적인 질서 안에서 제한적 저항을 할 수도 있다. 불법적인 폭군에게는 국민저항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의 복음은 그 복음이 선포되는 나라에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성경의 가르침이 실천되는 모든 나라에서 하나님의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유익한 변화를 가져왔다. 성경의 복음은 억압받는 사람들과 정의와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 젊은이와 노인, 약자와 강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에게 기쁜 소식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자유를 갈망하고 바른 길을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안위를 주는 복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기독교인은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사자(使者)”라며 “성경적 정치 원칙들은 국가와 사회의 근본을 이루는 생명과 자유, 평화와 질서, 건전한 국민의식과 도덕성,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참된 본질을 올바르게 인식하게 한다. 그리스도인이 복음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나라일수록, 그 사회는 더욱 선하고 기쁨이 넘치며, 안전하고 자유로우며,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누리는 공동체로 성숙해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신총회 2025 대사회관계위원회 정기세미나 개최
고신총회 2025 대사회관계위원회 정기세미나 진행 사진. ©주최측 제공

최 교수는 “성경은 국가의 운영과 정치, 나아가 국민의 삶 전반에 있어 근본적인 지침으로 작용한다”며 “개혁교회의 목회자가 정치적 주제를 설교하는 이유는, 결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려는 데 있지 않다.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부여하신 천부적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구현되는 정의롭고 자유로운 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한 하나님의 뜻을 선포하는 사명을 다하려 함”이라고 했다.

이어 “기독교인이 국가의 입법·사법·행정부는 물론, 정당과 사회 전반에 대하여 성경적 세계관과 통찰을 제시하는 것은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신앙의 자연스러운 표현이자 그 살아 있는 증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신앙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세계 곳곳의 교회와 성도들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한다”며 “창조주 하나님께서 주신 천부적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회복되고, 그것이 공고히 보장되는 날이 하루속히 임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아울러 “현대 사회는 포스트모더니즘, 자유주의 신학, 인본주의 등으로 인해 성경의 권위가 약화되고 있다”며 “우리 시대는 단지 지식을 전하는 자가 아닌, 건실한 분별력과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구성력과 판단력을 겸비한 설교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 “국교분리와 정교분리는 동일한 개념 아니다”

고신총회 2025 대사회관계위원회 정기세미나 개최
전윤성 박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

전윤성 박사는 “국교분리와 정교분리는 동일한 개념이 아니”라며 “헌법의 국교설립 금지 조항이 의미하는 바가 결코 ‘종교와 정치의 분리’가 될 수는 없고, ‘종교와 국가의 분리’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어느 정도까지 종교와 국가를 분리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남지만, 브라질, 폴란드, 헝가리 헌법의 경우와 같이 공공의 이익 등을 위해 종교와 국가가 협력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며 “국가의 종교단체에 대한 비종교적 목적의 재정 지원에 대해서도 국교분리 위반으로 보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종교와 정치의 분리는 가능하지 않다”며 “종교와 정치의 완전한 관계 차단은 우리의 헌법현실에서도 맞지 않고, 헌법규범이 헌법현실과 괴리되는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다.

이어 “미군정청이 「Proclamation on the Rights of the Korean People」을 「조선 인민의 권리에 관한 포고」로 국문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어 원문의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를 ‘종교와 정치의 분리’로 오역한 것이 「제헌헌법」에 그대로 옮겨진 이후 현행 헌법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주요 국가들 대다수는 헌법에 국교부인이나 종교와 국가의 분리를 규정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국교부인 또는 국교분리와 함께 국가와 종교의 협력(즉 종교의 정치 참여)도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헌법에 명시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점은 첫째로 헌법의 정교분리 조항으로 인해 차별적인 종교의 정치 참여 규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다음으로 헌법의 정교분리 조항을 원용하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정치와 종교의 완전한 관계 차단’을 요구하는 주장이 사그라지지 않는데, 특히 이러한 주장은 정부의 종교단체에 대한 비종교적 목적의 재정 지원도 정교분리 위반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그러나 “종교단체가 비종교 단체와 동등한 자격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을 포함한 공적으로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차별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끝으로 종교의 자유 보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일반적·중립적 법규제에 대한 종교적 면제 입법을 정교분리 위반으로 인식하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은 우리의 헌법현실과 맞지 않는다. 국교분리와 정교분리를 혼동하고 있는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나아가 정교분리는 자칫 종교단체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종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이러한 헌법규범과 헌법현실의 괴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현행 헌법 제20조 제2항의 정교분리 규정을 삭제하거나 국교분리로 대체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 “기독교신앙과 좌파적 정치이념은 양립이 가능한가?”

고신총회 2025 대사회관계위원회 정기세미나 개최
이상원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주최측 제공

이상원 교수는 “‘극우’라는 용어는 좌파이념집단이 반대진영에 덮어씌운 거짓 프레임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좌파이념집단은 정치경제적으로 표준적인 헌법적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를 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극우라고 단정하며, 신학적으로는 66권 성경말씀이 오류가 없는 절대적인 하나님의 말씀이며, 성경이 말하는 초월적 사건들은 역사적 실재이며, 천국과 지옥은 공간적인 실체이며, 창세기 1-10장은 신화가 아니라 역사적 현실이라고 말하면 근본주의자이자 극우라고 단정한다”고 했다.

이어 “좌파이념집단이 ‘극우’로 프레임을 씌운 이 내용들은 가장 건강하고 표준적인 정치경제적 입장이며 동시에 신학적 입장”이라며 “좌파이념집단이 “극우”라는 프레임을 씌워 위협하는 이유는 이 주장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극우라는 프레임이 두려워서 말을 하지 않게 되면 바로 좌파이념집단의 프레임에 걸려드는 것이며, 이들의 위협이 성공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정치경제적으로 헌법적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 신학적으로 정통신학을 견지하는 자들은 ‘극우’라는 거짓 프레임을 무시해 버리고, 더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신앙과 좌파적 정치이념은 양립이 가능한가”라며 “기독교신앙과 좌파적 정치이념은 양립할 수 없다. 성경은 특정한 정치이념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헌법적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및 자유 시장경제는 하나님의 실재를 믿는 넓은 의미의 기독교세계관의 터전 위에 형성된 이념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막시즘과 네오막시즘을 핵심으로 하는 좌파 정치이념들은 전혀 다른 동기에서 출발했다”며 “막시즘은 철저한 유물론으로서 하나님의 실재를 신경질적으로 거부하며 공공연하게 사탄의 편에 서서 기독교를 깨뜨리는 것이 궁극적 목표임을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좌파 정치이념이 기독교신앙과 양립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좌파 정치이념들의 실체를 잘 모른 채, 좌파 정치가들과 운동가들이 단순화시키고 단 맛을 살짝 발라 놓은 몇 가지 테제들에 장악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평등한 분배와 억압받는 인권 등 수많은 복잡한 미로와 무서운 함정들을 숨기고 있는, 이 테제들은 지식인들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가슴을 뛰게 만들며, 성경의 가르침과 맥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어 “좌파 정치이념에 정통한 사람은 두 길 가운데 한 길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라며 “하나는 좌파 정치이념들을 완전히 버리고 전향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좌파 논리에 헌신하여 기독교정통신앙과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철저하게 파괴하는 운동권 투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인들은 좌파 정치이념의 실체와 위험성, 그리고 기독교신앙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꾸준히 알려서 성도들을 깨워내야 한다”며 “좌파 정치이념이 교회 안에 득세하면 교회가 영성을 잃고 해체의 길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울이 고린도교회가 분파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진리 문제에 있어서 편당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 의도를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좌파 정치이념의 실체와 위험성을 알릴 때, 좌파 정치 테제에 장악된 성도들을 설득하여 전향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들은 어지간해서는 자기가 가진 관점을 바꾸거나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으며, 아무리 좋은 문헌을 소개해도 읽기를 거부하고 귀를 막아 버린다. 왜냐하면 좌파적 테제가 이들에게 종교적 신념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관건은 좌파정치이념의 실체와 위험성을 바르게 간파한 일정한 숫자의 기독교인들과 국민들이 교회와 사회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존재하면서 꾸준히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행사는 질의응답 및 종합토론 순서로 모두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