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시장 반등을 주도한 핵심 섹터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산이 꼽히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들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0일 3021.84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2021년 12월 28일 이후 처음으로 3000선을 회복한 것으로, 증시 분위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코스피의 3000선 재돌파는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시장 기대를 끌어올리는 데 주효하게 작용했고, 향후 외국인 자금 유입과 기업 이익 개선이 지속된다면 5000선, 이른바 `오천피` 달성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천피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책 기대감과 함께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 고객 예탁금은 2022년 이후 처음으로 65조 원을 돌파했으며,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섹터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방산을 3대 주도 업종으로 보고 있다. 이들 섹터는 정책 지원, 글로벌 트렌드, 실적 전망, 수급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긍정적 작용을 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AI 관련주는 최근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100조 원 규모의 민관 공동 투자를 통해 `AI 3강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외국인 자금이 몰리며 AI 대표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는 지난 20일 2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쳐 2022년 8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고, 카카오는 장중 한때 6만7200원까지 오르며 2023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네이버의 상승세에는 자사 출신의 하정우 수석이 정부 AI 정책의 핵심 인물로 발탁된 것이 영향을 미쳤고, 카카오는 하반기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한 신제품 출시 기대감이 작용했다.
반도체 섹터 역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기대감에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 유입되며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17일 장중 26만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방산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책 수혜가 맞물리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은 모두 올해 초 대비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방산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자국 방어를 위해 단기적으로 무기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경쟁 혹은 협력 관계에 있는 한국 방산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최근 주도 섹터들의 급등에 따른 고점 부담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등 이후 피로감과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급등한 섹터에 대해선 무리한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이 적절하다"며 "하반기 실적 개선 가능성과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