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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 고심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 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는 애초 불참하는 방향에서 최근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기류로 전환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끝까지 주시하며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급거 귀국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정보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할 경우 우리도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역시 전날 관련 질문에 대해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이는 최근까지 대통령실이 나토 참석을 유력하게 검토한다고 밝힌 입장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이 대통령의 참석 결정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G7 회의에서 조기 귀국해 NSC를 소집했지만, 이란에 대한 압박 외에 급변한 조치는 보이지 않았다"며 "급하게 귀국할 만큼 긴급한 사안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 회담에서 담판 짓는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G7이나 나토처럼 다자회의는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다자회의 중간에 이탈한 전례가 있다"며 "집권 1기 시절에도 유럽 국가들과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충돌로 나토 회의 도중 자리를 떠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정상회의가 5일도 채 남지 않으면서 이 대통령은 곧 참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내부는 12·3 계엄사태 이후 약 6개월간 중단됐던 정상 외교를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G7에 이어 나토 회의에도 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022년부터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을 매년 초청해왔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해당 회의에 불참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자유주의 진영 내에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에 대한 불필요한 의구심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토·IP4 정상회의는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방위산업 수출 확대 등 실질적인 이익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일정상 부담이 크고, 실질적인 외교 성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불참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 특히 2주 연속 해외 순방은 정권 초반 국내 일정과 여론을 고려할 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 회복을 고려해 나토 회의 참석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7 정상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된 직후, 대통령실은 빠른 시일 내에 회담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회담의 방식과 장소도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관세 협상 등 핵심 현안을 실질적으로 논의하려면 다자 회의보다는 백악관에서 양자 회담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