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오물풍선을 남측으로 살포하며 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군이 지난해 6월부터 재개했던 대북 확성기방송을 다시 멈췄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일주일 만에 이뤄진 조치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평화 제스처라는 평가와 동시에 군사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11일 "상부 지시에 따라 오늘 오후부터 전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남북 간 신뢰 회복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대국민 공약 이행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확성기 방송 중단 약속을 이행한 것으로, 통일부가 9일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한 데 이어 연속된 대북 유화 조치다. 군은 방송 재개 여부를 열어둔 채 `중단`이 아닌 `중지`라는 표현을 사용해 향후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불과 이틀 전만 해도 합동참모본부는 "대북방송 중단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고 밝힌 바 있어, 입장이 급변한 배경에 대통령실의 명확한 지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정부는 2023년 6월,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민간 대북전단에 강하게 반발하자 이에 대응해 6년 만에 대북 확성기방송을 전면 재개했다. 이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9월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거됐던 확성기 시스템을 다시 가동한 것이었고, 북한도 이에 맞서 대남 확성기방송으로 응수하며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대북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기조 아래, 민간과 군의 대북 메시지 전달 수단을 모두 자제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군이 명확히 `중단`이 아닌 `중지`라는 표현을 택한 것 역시 북한의 반응과 대남 확성기 운영 여부를 관찰하며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반영한다.
현재까지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 자제 요청과 확성기 방송 중지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이 대남방송을 전면 중지했는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남북 간 긴장을 낮추는 데 일조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확실한 메시지를 주지 않은 채 확성기방송을 선제적으로 중단한 것은 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저강도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의 심리전 수단을 스스로 거둬들이는 것이 자칫 잘못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확성기방송은 과거에도 북한 내부 사회를 자극하며 정보 유입 통로로 기능한 비군사적 심리전 수단으로 평가되어 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군이 방송 중단을 결정한 이번 조치가 향후 어떤 실질적 결과를 낳을지, 그리고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가 향후 남북관계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