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다루던 법원이 예정됐던 재판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헌법상 대통령 불소추특권 조항을 적용한 첫 재판부의 판단으로, 향후 다른 형사재판의 향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9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당초 예정돼 있던 1차 공판기일을 취소하고, 기일을 `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 애초 이 사건의 첫 재판은 오는 18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재판부는 이를 전격 취소하며 별도 지정 없이 일정을 미뤘다.
재판부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헌법 제84조를 들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해당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 재직 중에는 형사재판 절차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다른 형사사건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현재 총 5건의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기소되어 있으며, 이 중 일부 재판은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공판 절차가 예정돼 있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뇌물 의혹` 사건의 공판기일을 오는 24일 오전으로 잡아두고 있다. 재판부가 이 일정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 외에도 수원지법에서는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 각각 7월 1일과 22일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다. 다만 이 일정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절차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항소심은 아직 공판기일 자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앞서 대법원은 대통령의 형사소추와 관련된 헌법 84조의 해석에 대해 “각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소추 중단 여부는 각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번 서울고법의 결정은 이 같은 해석 논란에 있어 첫 실제 적용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통령 취임 이후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헌법 조항을 근거로 재판 일정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국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과 맞물려 관련 법 개정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개정안은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에 대해 재직 기간 중 형사재판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오는 12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