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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35조+α’ 추경 추진… 기재부 개편 통한 재정개혁도 병행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4일 제21대 대통령으로 공식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곧바로 35조 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침체된 내수경기를 회복시키고,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 국제 통상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재정적 비상 처방의 일환으로 읽힌다. 더불어 예산 편성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 개혁 작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메시지를 통해 경제 회생을 위한 정책으로 추경을 최우선 순위로 지목했다. 그는 “가능한 한 빠르게 관련 부처 인사와 실무자를 모두 소집해 즉시 시행 가능한 경제정책과 그 규모, 방식,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경제 회복의 핵심 수단으로 추경 편성을 지목했다.

이번 추경은 기존 본예산의 조기 집행과 함께 내수 진작, 민간 소비 활성화, 기업 투자 심리 회복 등 종합적인 경기 부양 목적을 지닌다. 고물가와 고금리,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 재정을 통해 위축된 수요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안 편성 절차를 이달 안으로 마무리하고, 이르면 다음 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일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경 규모는 기본 35조 원 이상이며, 상황에 따라 추가 재원 확보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추경을 통한 지역화폐 형태의 직접 지원금 지급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지역화폐 지급”을 공약하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소비 촉진책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전국적인 소비 순환 구조를 자극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재명 정부가 3분기 중 35조 원 이상의 2차 추경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 재정이 실질적인 경제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의 권한을 조정하는 재정 개혁에도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경제정책 수립 및 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재부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밝혔으며, 예산 편성 시 정부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존의 기재부는 예산, 세제, 경제정책, 재정 등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경제 컨트롤타워로, 각 부처의 정책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약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기획예산처 신설을 통해 예산 및 기금관리 기능을 이관하고, 기존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재편해 경제·재정정책 중심 기능만 수행하게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와 함께 중기 재정운용의 책임성과 투명성도 강화된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대해 국회 보고 의무를 강화하고, 세입·세출 간 괴리가 클 경우 원인 소명 및 개선 방안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한 300억 원 이상 조세특례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고, 실효성이 낮은 사업과 중복 예산에 대한 재검토도 진행된다.

조세감면 구조 개편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국세감면율이 법정 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주요 조세특례를 중심으로 제도 전반을 손질할 예정이다. 또한 세제 개편의 추진 주체를 기재부 중심에서 국회 중심의 협치 구조로 전환하고, 형평성과 사회적 합의 절차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방침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방재정 강화를 통한 재정분권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지방교부세 확대, 자치단체의 자체 세원 확보, 국고보조사업 지방 이양 확대 등을 통해 지방정부의 예산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31년 종료 예정이었던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일몰 기한을 연장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재정 확장 정책에는 부작용 우려도 병존한다. 특히 35조 원 이상 추경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경우,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1차 추경 이후 국가채무는 1280조8000억 원에 달했으며, 이번 추경으로 1300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국세수입 전망도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4월까지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6조6000억 원 증가했지만, 하반기 법인세 납부 실적과 트럼프발 고율관세 등 대외 변수로 인해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 현재 법인세 진도율은 40.6%, 전체 국세수입 진도율은 37.2%로 최근 5년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확장재정의 방향성과 집행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침체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은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속도만 중시하다 보면 재정 누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책의 타깃 설정과 세부 설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