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버스가 당초 예고됐던 파업을 돌연 유보하며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28일 새벽 첫차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총파업은 노조 내부에서 압도적인 반대가 나오면서 전격적으로 중단됐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서울시내버스 노동조합은 이날 새벽, 노사 간 임금 협상이 최종 결렬된 직후 지부위원장 총회를 개최하고 파업 유보를 결정했다. 결정의 배경에는 내부 투표 결과가 결정적이었다. 총 63명의 지부위원장 중 60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49명이 파업에 반대했다. 찬성은 11명, 기권은 3명에 불과했다. 전체 재적 인원의 약 78%가 파업에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노조는 브리핑을 통해 파업을 유보한 이유를 설명했다. 노조 측은 “우리가 파업을 하더라도 서울시나 사업주 측이 ‘임금체계 개편 없이는 임금 인상 논의도 없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며, 시민들께도 큰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파업을 유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노조는 자신들이 20%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는 23% 임금 인상을 주장한 적이 없다”며 “서울시와 사업주가 실제보다 부풀려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을 언급하며 “통상임금 적용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 있는 범위일 뿐, 과도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노조는 2015년부터 시작된 ‘동아운수 사건’ 등 통상임금 관련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 소송의 항소심은 현재 종결 직전에 이른 상태다. 노조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또 그렇게 될 경우 임금 인상 효과가 얼마인지를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며 “그 결과를 본 뒤 임금 협상에 다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노동부에 제출한 진정서에 대한 유권 해석과 시정 명령 결과도 지켜본 뒤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는 “우리가 무리하게 과도한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객관적인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대법원 판결이나 노동부 판단을 토대로 사측에 재협상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파업이 유보되면서 서울 지역 시내버스는 예정대로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서울시 교통실장 여장권은 “파업이 유보된 덕분에 시민들의 출근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혹시 모를 돌발 사태에 대비해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역시 이번 노조의 결정을 환영했다. 조합 측은 “시민들의 불편을 고려해 파업을 유보한 결단에 감사한다”며 “이른 아침 출근길 시민들도 노조의 결정을 따뜻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 내부에서도 압도적으로 파업을 반대한 것은 결국 시민 불편을 줄이고,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노조와의 교섭 재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조합 측은 “앞으로 임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다시 정중히 요청할 계획”이라며 “총액 대비 임금 인상 효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1만8000여 명의 운수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