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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CCTV 확보… 대통령실 경호처 협조로 수사 급물살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안전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경찰 수사가 대통령경호처의 막판 협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동안 정체됐던 수사에 새 전기가 마련되면서, 경찰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기 대통령실과 국무회의 전후 정황을 담은 CCTV 영상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주요 인사들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산하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최근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복도와 대접견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동안 경호처는 수차례 경찰의 압수수색 요청에 협조를 거부해 왔으나, 내부 인사 교체로 태도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변화는 김성훈 전 경호차장의 교체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주도했던 `강경파` 인사로, 그의 퇴진 이후 경호처의 수사 협조 기조가 급속히 바뀌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호처는 대통령의 은신처로 사용된 삼청동 안가 CCTV 영상도 경찰에 열람할 수 있도록 협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확보된 대접견실 영상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가 열린 장소로, 그동안 경찰이 확보하지 못했던 핵심 물증이다. 경찰은 이 영상과 관련자 진술 간의 모순점을 포착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날 소환조사했다. 세 사람은 당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 모의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상민 전 장관은 과거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해 왔다. 그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에서 "멀리서 종이쪽지를 본 것뿐"이라며 구체적인 지시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전 총리 또한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의 상황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한 바 있다.

경찰은 확보된 영상과 진술을 대조한 결과, 세 인물이 핵심 정황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 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들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 등으로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경찰은 대통령 경호처가 임의제출한 비화폰(암호화된 통화 기기) 서버 기록에서도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 비상계엄 논의가 한창이던 시점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기록이 존재했으나, 해당 기록이 원격으로 삭제된 정황이 드러났다.

특수단은 "삭제 권한을 가진 경호처 측에서 삭제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누가 어떤 경로로 삭제를 지시했는지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는 경호처 내 `윗선`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경찰 내부에서는 비화폰 기록 삭제가 체계적인 은폐 시도일 수 있다는 시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수사의 방향은 단순히 기술적 증거 확보에 그치지 않고,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고위 인사들의 실제 행위와 발언까지 추적하는 데로 이어지고 있다. 확보된 영상과 삭제된 통신기록 사이의 시간적 연결고리를 밝히는 작업이 수사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경찰은 조만간 추가적인 소환과 압수수색을 단행할 가능성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