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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김문수 지지 선언… "괴물 독재국가 막기 위한 결단"

이낙연 상임고문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개헌·공동정부` 합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27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전격 선언하며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그는 "괴물 독재국가의 출현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며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는 향후 대선 판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보다.

이낙연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저의 한 표를 김문수 후보에게 주기로 결정했다"며 "당장 눈앞에 닥친 괴물 독재국가 출현을 막는 데 있어 그가 가장 적합한 후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날 밤, 김 후보와 광화문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진 이 고문은 두 사람 간에 ▲국민통합을 위한 공동정부 구성과 운영 ▲제7공화국 출범을 위한 개헌 추진 협력 ▲2028년 대선·총선 동시 실시를 통한 대통령·국회 임기 일치 및 3년 임기 실천 등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협의는 양당의 실무진이 맡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고문은 "비상계엄과 잇따른 대통령 파면에 대한 성찰로 인해, 대선 이후 정치권의 대대적인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 봤고, 김 후보도 이에 수긍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결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고, 김 후보는 경청했다"고 밝혀, 김 후보의 정치적 노선 재정립 가능성도 암시했다.

기자회견에서 이 고문은 김 후보와의 인간적 인연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대학 시절 동기생으로,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며 "김 후보는 고통스러운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고, 지금도 봉천동 25평 국민주택에서 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도 있다. 특히 일부 극단적 발언이나 특정 종교인과의 관계는 아쉽다"고 지적하면서도, "치열하고 청렴했던 삶의 궤적, 서민 친화적이고 현장 중심의 공직 수행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판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이 다른 후보를 냈다면 협력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범죄 혐의가 해결되지 않은 후보를 내세운 것은 저로 하여금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한 사람의 사법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입법·행정·사법권을 모두 장악하는 괴물 독재국가의 길을 택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치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거이며, 권력 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김 후보는 당시 국무회의에 연락을 받지 못해 참석하지 않았고, 이후로도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들었다"고 해명했다. 또 김 후보의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결정이며, 이는 협상의 조건이 아닌 도리"라고 덧붙였다.

새미래민주당 전체의 연대 여부에 대해서는 "연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그 문제는 당이 판단할 일"이라며 "합류는 단일정부를 의미하지만, 공동정부는 서로 다른 주체가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대당 합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차기 정부 구성이나 장관직 보장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이야기는 듣지도 않았고, 저 역시 거론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애초 누구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이 고문은 "불출마를 선언하며 타인의 선거를 돕지 않겠다고 했지만, 위기에 처한 국가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계속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며 "오늘의 발표는 그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민주당을 누구보다 아끼는 사람이다. 하지만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괴물 독재국가의 길에 동행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김 후보의 유세에 동행할 계획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 요청이 있겠지만, 꼭 그래야만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저에게 맞는 방식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