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오는 28일을 단일화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이 후보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있으나, 이 후보는 완주 의지를 명확히 밝히며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26일 경기 안성시 안성중앙시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일화와 관련된 질문에 "국민 민심이 판단할 것"이라고 짧게 답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열심히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며 단일화에 대해 더 이상의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단일화를 위한 추가 메시지를 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개혁신당이 단일화의 전제조건을 제시해달라"며 "단일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준석 후보가 과거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밝힌 점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결코 다른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30 세대를 위한 개혁신당 정책을 진심으로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청년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과거 김 위원장이 제안했던 `100% 국민경선과 공동정부 구성` 등의 단일화 방식에 대해 이 후보는 강하게 반발하며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제발 좀 정신 차려라"며 김 위원장의 제안을 일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재차 이 후보에게 전제조건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하며 공을 개혁신당 측으로 넘겼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단일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무리한 압박은 피하자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가 선전함으로써 중도보수가 확장되고 있다"며 단일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 후보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재원 김문수 후보 비서실장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후보도 앞으로 보수 진영의 지도자로서 정치 활동을 이어갈 사람"이라며 "이번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 정치적 순간인지를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다만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결국 이 후보 본인의 결단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개혁신당 측은 이러한 단일화 요청에 강하게 반발하며 완주 방침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단일화를 할 가능성이 0%냐`는 질문에 "0%다"라고 단언하며 "김 후보가 사퇴하고 이준석과 이재명의 대결로 간소화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당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메시지에서도 "우리는 처음부터 완주해 당선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 결심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니 이제는 급기야 `모든 것이 너희 책임이다`, `정치권에서 매장될 줄 알라`는 적반하장의 위협까지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단일화가 있다면 그 당의 후보가 사퇴하는 것뿐이다. 그것이 국민 상식에 부합한다"며 "그러니 사퇴 압박을 하려거든 이준석에게 하지 말고 김 후보에게 하라"고 덧붙였다.
김철근 개혁신당 사무총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하지도 않을 단일화 얘기로 블랙홀을 만들지 말아달라"며 국민의힘의 거듭된 단일화 제안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