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해군 구축함 진수 과정에서의 사고를 하루 만에 공식 발표하고, 주민에게까지 공개한 데 대해 한국 통일부는 “내부 기강 확립 의도”라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기술적 실패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긴급 수습과 체제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북한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5,000톤급 북한 해군 구축함이 진수되던 21일,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했다. 북한은 22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이 사고 사실을 보도했다. 특히 노동신문에까지 사고 소식이 실린 점은 북한 내부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북한은 군사적 또는 산업적 실패와 같은 내부 문제를 외부에는 물론 자국민에게도 거의 알리지 않는 폐쇄적인 정보 통제 체계를 유지해 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직접 사고 원인을 ‘순수한 부주의’라고 지적한 점에 주목하며, “북한은 부주의에 의한 실패에 대해 엄중한 문책을 통해 내부 기강을 잡으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결함을 넘어서 현장 지휘 체계와 인적 관리 전반에 대한 경고 성격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이 주도한 정책이나 군사사업에서 오류를 인정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한 사례는 과거에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2023년 5월과 8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 발사가 연이어 실패했을 때 북한은 수 시간 만에 대외통신을 통해 이를 알린 바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두 번째 발사 실패 당시에는 발사 한 시간 반 만에 실패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노동신문을 통해 주민들에게도 즉각 공개한 사례는 드물다.
북한이 이처럼 사고 사실을 신속히 공개하고 내부 기강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6월로 예정된 노동당 전원회의 전까지 문제를 수습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전원회의 이전까지 긴급 복원을 지시한 점으로 보아, 선박이 완전히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구축함을 바다로 내려보내는 ‘측면 진수’ 과정에서 발생했다. 통신은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해 대차 이동의 평행성이 보장되지 못한 결과, 함미 부분 진수썰매가 먼저 이탈해 좌초됐고 일부 선저에 파공이 생기며 균형이 무너졌으며, 함수 부분은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한 채 남게 되는 심각한 사고”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배를 받치고 있던 받침대가 먼저 분리되면서, 구축함이 한쪽 방향으로 기울고, 함체 일부가 파손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군 당국도 이번 사고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진수에 실패한 북한의 구축함은 현재 수면 위에 넘어져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