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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연임제 vs 4년 중임제’… 대선 후보들, 개헌 구상 놓고 격돌

2025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주자들이 권력구조 개편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개헌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공히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개헌의 방식과 정치개혁의 구체적 수단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고 책임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중심으로 한 개헌 구상을 발표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제안하며, 본인의 임기를 3년으로 줄이겠다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놨다. 두 후보의 개헌안은 대통령 임기 구조는 물론 거부권 제한, 국무총리 임명 방식, 권력기관 독립성 확보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기독일보 DB

이재명, "4년 연임제 도입해 책임정치 실현…대통령 권한은 분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8일 공개한 개헌안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 개혁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이를 통해 대통령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동시에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과거 20대 대선에서는 4년 중임제를 주장했던 이 후보는 이번엔 연임제를 들고 나왔다. 이는 한 번의 재선 기회를 부여하는 중임제와는 다르게, 일정 기간을 두고 다시 출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제도다.

이 후보의 개헌안에는 대통령의 ▲거부권 제한, ▲국무총리 임명 시 국회 추천 의무화,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폐지,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행정권 분산 방안이 포함됐다. 특히 대통령이 공수처, 검찰청, 경찰청 등 권력기관의 수장을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자는 조항도 담겼다. 방송통신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중립 기관 역시 이에 포함된다.

또한 이 후보는 비상계엄 및 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의 통제 권한을 강화하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6·10항쟁, 촛불혁명 등 주요 민주화 운동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키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그는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사유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김문수, "대통령 임기 스스로 3년 단축…정치개혁 위해 책임지겠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기독일보 DB

 

이에 맞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특히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의 임기를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여 2028년 총선과 대선을 같은 해 치르자는 일정을 맞추자는 구상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 정치 일정을 조정하고, 장기적인 정당 체제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 후보는 “우리나라의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제도”라며 “4년 중임제는 책임 정치를 구현하고 정치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대통령 불소추 특권을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함께 내세웠다. 이는 재임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 대통령 특권을 없애, 권력자 역시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을 구현하겠다는 의도다.

이밖에도 김 후보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국민 입법제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추천 절차의 투명화 등 사법·입법 권력에 대한 견제 방안도 제안했다.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추천위원회를 법제화하고, 국회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해 특정 정치 세력이 사법부를 좌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임제 vs 중임제’…장기집권 우려 두고 여야 공방

두 후보의 개헌안이 공개되자 곧바로 정치권에서는 ‘연임제와 중임제’의 차이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연임제 주장을 두고 “사실상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문수 후보는 “중임제는 한 차례 재선만 허용해 최대 임기를 8년으로 제한하지만, 연임제는 두 차례 재선 후 일정 기간을 쉬고 다시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방식”이라며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연임제는 장기집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로 이 ‘연임’ 조항을 활용해 사실상 종신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4년 연임제가 4년 중임제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며 반박했다. 윤호중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현행 헌법 128조는 개헌 시 재임 중인 대통령의 연임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푸틴도, 트럼프도 중임제 체계에서 등장한 것인데, 왜 연임제를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이 이 사실을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이런 식으로 장기집권 프레임을 씌운다면 내란세력의 제 발 저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헌보다 사람”…자질에 초점 맞춰야

한편,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는 개헌의 구체적인 틀보다는 대통령 후보 개인의 자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개헌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며, “윤석열이 5년 단임제라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 관련 입장을 오는 27일 열릴 정치 분야 TV토론에서 밝힐 예정이라고 예고하면서도, 국민이 대통령의 자질과 책임감을 우선해 평가해달라는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