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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시작된 재외투표… “다시는 이런 사태 없길” 한목소리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
20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의 투표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대선 재외선거는 이날부터 오는 25일까지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뉴시스

제21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가 미국 현지시간으로 4월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버지니아주 등지에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는 심경을 공통적으로 밝혔다.

이번 대선은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선거였던 만큼, 재외국민들 사이에서도 혼란과 불안이 적지 않았다. 특히 한국을 떠나기 직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계엄 선포 논란이 터지며 출국 자체를 고민했다는 유학생의 증언도 나왔다.

버지니아주에서 만난 20대 유학생 정인수 씨는 영어공부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 그는 "출국 전 갑자기 계엄령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며 "여기까지 올 수 있을지조차 걱정됐고, 그런 일이 있었기에 이번 선거는 반드시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정 씨는 “앞으로는 이런 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바람도 함께 내비쳤다.

비슷한 입장을 밝힌 이는 버지니아주 비엔나에 거주하는 도익환(55) 씨다. 2011년부터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는, 재외선거가 처음 도입된 이후 한 차례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해왔다. 도 씨는 “이번 대선은 정상적인 절차로 치러진 선거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며 “중간에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고, 이것이 두 번째 탄핵으로 인한 대선이라는 점에서, 한국에서 이런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재외선거는 전 세계 118개국, 총 223개 투표소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37곳의 투표소가 20일부터 일제히 문을 열었다. 미국에서 재외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사전 신청한 유권자는 5만1,885명으로, 이 중 워싱턴DC와 그 인근 지역에서는 4,272명이 등록했다. 이는 지난 대선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다.

기자가 오전에 찾은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소재 코리안커뮤니티센터(Korean Community Center)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에 참여하려면 신분확인 절차가 선행되며,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외에도 현지 정부가 발급한 운전면허증 등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본인 확인이 끝나면, 유권자는 대통령선거 투표용지와 이를 담을 봉투를 건네받는다. 투표용지에는 ▲1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2번 국민의힘 김문수 ▲4번 개혁신당 이준석 ▲5번 민주노동당 권영국 ▲6번 자유통일당 구주와 ▲7번 무소속 황교안 ▲8번 무소속 송진호 등 7명의 후보가 명시돼 있다. 지난 18일 구주와 후보가 사퇴했지만, 이미 인쇄된 투표용지에는 그의 이름이 여전히 포함돼 있었다.

투표용지는 접어서 봉투에 넣고 밀봉한 뒤, 지정된 투표함에 직접 넣으면 절차가 완료된다. 현장에는 정당 추천을 받은 선거참관인들과 선거관리위원들이 배치되어 모든 과정을 감시하고 있으며,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당일 투표 마감 후에는 투표함을 개봉해 실제 투표봉투 수와 신분확인 유권자 수를 대조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수거된 투표봉투는 해당 지역 총영사관의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되며, 선거가 종료된 후에는 외교행낭에 봉인되어 곧바로 한국으로 송부된다. 이 과정 역시 24시간 보안 체계 하에 이루어진다.

이날 오전, 조현동 주미대사와 부인도 알렉산드리아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조 대사는 이번 재외투표에 대해 “2012년 재외선거가 시작된 이후 가장 준비기간이 짧았던 선거였지만, 각 재외공관에서 차질 없이 준비했고, 유권자들의 참여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해주신 분들께서는 꼭 빠짐없이 투표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선거관리 당국은 최근 국내외에서 제기된 부정선거 우려에 대해 “모든 투표 과정이 정당 참관과 철저한 보안 아래 이뤄지고 있으며, 외교행낭으로의 송부와 봉인도 확실히 관리하고 있다”며 신뢰를 당부했다.

이번 재외투표는 25일까지 6일간 이어지며, 각국 재외공관과 투표소를 통해 한국 유권자들의 선택이 점차 구체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