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대선을 앞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연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는 단일화 논의 자체를 부인하며 선을 긋고 있는 모습이다. 김문수 후보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 측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단일화 성사를 타진하고 있으나, 이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고민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MBN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이준석 후보는 모든 뿌리와 인간관계, 지향점이 국민의힘 쪽에 와 있다”고 발언했다. 김 후보는 개혁신당이 독자 정당으로 나아간다 하더라도 한국 정치 현실 속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 후보가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단일화는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후보는 이준석 후보와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나누면서 함께 가야 할 원팀이라는 점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미래를 공유하는 제안도 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잘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같은 날 청년 농업인과의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에는 단일화 방식에 대한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가 선호하는 방식도 최대한 배려하겠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구체적인 시한에 대해서는 “날짜는 제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25일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만큼, 이번 주 안에 단일화 논의에 실질적인 진척이 있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후보에게 “결국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한다”며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 본가가 고쳐쓸 수 없는 집이라면, 그 자리에 더 좋은 집을 새로 짓겠다”며 보수진영 재편을 언급하며 이 후보를 향한 설득을 이어갔다.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김 위원장은 “아직 언론에 공개할 수준의 구체적인 대화는 없다”면서도 “계엄과 독재에 반대한다는 큰 틀에서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일화 시점에 대해서는 “저희가 설정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안철수 의원도 이준석 후보를 직접 찾아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날 이 후보가 방문한 경기 성남시 가천대학교를 찾아가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으며,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단일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능성에 대해 조언하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어 “남은 기간 중 또 만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고, 필요하다면 김문수 후보와의 직접 만남도 주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측의 거듭된 단일화 제안에 대해 확고한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안철수 의원과의 회동 직후,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저도 그렇고 내부적으로도 단일화에 대해 고민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어 김용태 위원장과의 회동 당시 상황도 전하며 “김 위원장이 ‘형님 내심으로는 단일화 고민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제가 ‘아닌데’라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단일화 논의가 선거운동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단일화 논의가 반복되면서 표심 결집에 상당한 장애가 되고 있다”며 “금전적 문제로 단일화를 할 것이다, 한 자리를 받고 단일화에 응할 것이다 같은 가설은 모두 실제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신당 창당 전부터 자신을 향한 설득 시도가 있었음을 밝히며, “그런 제안들에 응하지 않고 독자 창당을 결정한 것 자체가 내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