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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사상 첫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 개최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유엔 총회 차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고위급 회의가 5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는 제79차 유엔 총회 의장이 주최했으며, 지난해 12월 채택된 북한 인권 결의에 근거해 개최됐다. 유엔의 대표 기관인 총회가 직접 고위급 회의 형식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유엔 안보리와 인권이사회에 이어 총회까지 모든 유엔 주요 기구가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논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유엔 안보리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북한 인권 관련 브리핑을 공식 회의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2023년과 2024년에도 관련 회의를 개최했다. 인권이사회는 매년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과의 상호대화를 통해 관련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우리 측 수석대표로 이번 회의에 참석해 "이번 회의는 유엔 총회가 북한 인권 결의를 채택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고위급 회의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내 강제노동과 노예화, 감시와 국경 통제, 표현의 자유 제약 등 인권 침해 상황은 반인도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또한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하며, 특히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 선교사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의 조속한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탈북민 강제송환과 관련한 비인도적 처우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유엔 회원국들이 국제법상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요청했다.

황 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 간의 연계를 언급하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 무기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되고 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국제 비확산 체제와 세계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다수 유엔 회원국들이 참석해 북한 인권 상황의 악화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고, 러시아-북한 간 군사협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참석국들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이번 회의는 필레몬 양 제79차 유엔 총회의장이 주재했으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일제 브란즈 케리스 인권담당 사무차장보와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이 참석해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유엔총회에서 증언하는 탈북자 김은주 씨의 모습. ⓒ외교부
유엔총회에서 증언하는 탈북자 김은주 씨의 모습. ⓒ외교부
탈북자 강규리 씨도 북한인권 침해 실상에 대해 증언했다. ⓒ외교부
탈북자 강규리 씨도 북한인권 침해 실상에 대해 증언했다. ⓒ외교부

탈북민 김은주 씨와 강규리 씨는 회의에 참석해 북한에서 겪은 인권 침해 실상을 직접 증언했고,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렉 스칼라투이 사무국장, 한보이스(HanVoice) 션 청 대표 등 30여 개 글로벌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들도 참석해 공동의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 대표부는 회의 당일 오후, 북한 인권 글로벌연대와 공동으로 리셉션을 개최해 유엔 회원국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하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과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는 황준국 대사와 엘리자베스 살몬 특별보고관,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해 발언했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유엔을 포함한 다양한 국제 무대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다차원적인 노력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