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이 본격적인 정책 대결에 나섰다. 특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집중 공격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 후보는 잇따른 비판에 해명과 반박으로 대응하며 공약 설명에 주력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공개홀에서 열렸으며, 주제는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 `트럼프 시대의 통상 전략`,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이었다. 그러나 토론은 인공지능(AI) 정책, 주 4.5일제, 노동법, 원전 정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며 후보 간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토론 초반,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호텔 경제론`과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비판하며 공세를 시작했다. 이준석 후보는 "외상으로 소비하고 나중에 취소하면 경제가 돈다는 논리는 베네수엘라나 짐바브웨 모델과 비슷하다"며 "이런 발상을 가진 사람이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대해 "극단적인 예시를 통해 경제 순환의 승수효과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준석 후보는 "경제 이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김문수 후보 역시 "이미 학계에서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난 내용"이라며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돈을 나눠준다는 발상은 본질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발언에 대해 "자영업자들을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하자, 이 후보는 "원재료 값을 예시로 든 것일 뿐 전체 원가로 해석한 것은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임금 감소 없는 주 4.5일제 공약을 두고도 충돌이 있었다. 이준석 후보는 "기업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라며 비판했고, 이재명 후보는 "임금 감소 없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에 대해 "구체적 방법 없이 방향만 제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이 후보를 "사이비 종교처럼 위험한 사람"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외교 정책을 둘러싼 논쟁도 격화됐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외교 기조를 `친중 성향`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는 "셰셰 발언이 과도하게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고 질문했고, 이 후보는 "대만과 중국 간 분쟁에 깊이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실용주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국익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준석 후보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북한의 충돌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추궁하자, 이재명 후보는 "일반 사례와 특수 사례를 구분해야 하며, 외교는 유연하고 국익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과거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고,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에 침묵한 점을 지적하며 "미국 입장에서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는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의 기본 축으로 삼되,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실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AI 산업 강국을 언급하면서 원전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에너지 정책은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수 없으며,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포함하는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후보도 "AI 산업 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중요한데, 이 후보가 환경론자들의 입장에 지나치게 휘둘려 산업 경쟁력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관련 논란을 언급하며 김문수 후보를 정면 비판했다. 권 후보는 "내란 우두머리를 옹호한 사람에게는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말씀이 과하다"고 불쾌감을 표하며, "계엄은 잘못이지만 내란 여부는 재판 중인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는 헌법재판소가 8대 0으로 내란이라고 판시한 점을 들어 "윤석열을 비호한 자로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세 후보 간의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향후 대선 국면에서 경제, 외교, 노동, 에너지 정책 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