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안보 강국`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각자의 노선과 전략을 뚜렷이 달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모두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식과 철학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재명, 평화 우선…한반도 긴장 완화에 방점
이재명 후보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찍으며,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 간의 신뢰 구축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 평화 정책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남북 간의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방지하고 상호 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조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공약에는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 대북 전단 살포 및 방송 중단,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교류 재개와 같은 구체적인 남북 협력 방안이 포함돼 있다. 대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것이 이 후보의 일관된 메시지다.
다만 이 후보는 안보의 현실적 측면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방위 억제력을 확보하는 한편, 한국형 탄도미사일 성능 고도화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강화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전시작전권 환수도 다시금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후보는 과거에도 "미국에 안보를 맡기지 않으면 자체 방위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며 자주국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 8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비판하면서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지금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남북 모두가 평화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문수, 북핵 억제력 강화…전술핵과 핵잠수함까지
반면 김문수 후보는 북한의 핵 위협을 직시하고, 강력한 억제력 확보를 중심에 둔 안보 전략을 내세웠다. 그는 `북핵을 이기는 힘, 튼튼한 국가 안보`라는 구호 아래, 북핵 억제를 위한 한미동맹 강화를 핵심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국내에 상시 주둔에 준하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한미 간의 핵·재래식 통합훈련(CNI) 내실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한미방위조약에 `핵 공격 보호조항`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국형 3축 체계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 이 체계를 보다 선제적이고 입체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특히 킬체인을 보완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이전 적의 도발을 무력화하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개념을 도입하고, 이에 기반한 사이버전자전 능력을 고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김 후보는 “한국형 아이언돔을 확장한 ‘스카이돔’ 체계를 구축하고, 레이저 요격 무기를 추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핵 잠재력 강화 방안으로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평화적 용도 내에서 일본 수준의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 확보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필요할 경우 핵무기 설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한미 간 협의도 고려 대상이다.
북한 핵 위협이 심화될 경우, 김 후보는 미국의 전술핵을 괌에 배치한 뒤 이를 ‘한국 보호용’으로 운용하는 방안과 함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통한 해양 전략 강화도 제시했다.
이준석, 통일부 폐지…‘안보부총리’ 신설로 조직 개편
한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조직 개편을 통한 안보 역량 재정비를 제안했다. 그는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기조 아래 통일부를 폐지하고 외교부와 통합해 ‘외교통일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국정 운영 효율화를 위해 경제·사회·안보 등 3부총리제를 도입하고, 새로이 ‘안보부총리’ 직책을 마련해 안보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군복무 제도 개편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부사관 및 장교 복무 기간을 최소 2년으로 단축하고, 복무 기간 동안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병역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청년층의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의도다.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안보 전략은 각자의 철학과 정책 지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평화와 외교 중심의 해법을, 김문수 후보는 강력한 억지력 기반의 군사 전략을, 이준석 후보는 조직 효율화를 통한 안보 체계 개편을 강조하고 있다. 대북 정책과 국방 전략을 둘러싼 이들의 차별화된 접근은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