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핵심은 공직선거에서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행위’ 항목을 삭제하는 것으로,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 대표는 해당 조항의 폐지로 인해 면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국회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신정훈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정안에 반대하며 ‘이재명 처벌 면제법’이라고 강력히 비판했지만, 법사위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단독 의결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현행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의 ‘경력·재산·행위 등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조항에서 ‘행위’ 항목을 삭제하는 것이다. 민주당 측은 ‘행위’라는 단어가 법리적으로 모호해 정치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검찰의 자의적 수사와 기소의 빌미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 개정안이 현재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를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다른 정치인들은 이 조항에 따라 직을 내려놓고, 선거권도 박탈당했다. 그런데 이 후보만을 위한 법을 만든다는 것은 부끄러운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검정색 조끼를 입고 회의에 참석해 “요즘 이 후보가 방탄복을 입고 다니기에 나도 따라 해 봤다. 아무도 위협하지 않는데 본인이 피해자인 척하며 방탄을 입고 다닌다”며 “이번 개정안은 대법원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헌법재판소 아래로 사법부를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법안을 “사법 탄압이자 의회 독재”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측은 이러한 반발을 일축하며, 대법원의 판결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대법원이 대선 개입을 시도했다는 의심은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고, 이로 인해 대법원의 신뢰는 추락했다”며 “국회는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열고, 대법원은 이에 소상히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대법원 구성원 전원이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사유서 내용을 보면 마치 복사해 붙인 듯 네 다섯 줄짜리 형식적인 문건”이라며 “법관들이 법과 원칙을 들먹이며 청문회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법사위원장 임기 내에 사법개혁 입법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법관 증원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안이 모두 국민적 요구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의 말미에는 여야 간 고성이 오가며 회의장은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실 노트북에 ‘의회독재, 사법탄압’이라는 문구의 피켓을 부착하자 민주당 측은 국회법 제148조를 근거로 “시야를 가린다”며 반발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고성으로 대응했고, 양측의 날선 충돌이 이어졌다.
이날 법사위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외에도 대법관 수를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법, 대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등을 차례로 상정할 계획이다. 이어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향후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법적 판단은 물론, 사법부와 입법부 간의 긴장 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