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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정보 유출 의혹,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첫 재판 개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사진은 정 전 실장. ©뉴시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늦추기 위해 군사 작전 정보를 외부에 누설한 혐의를 받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안보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이 13일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이날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상대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본격적인 사법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재판은 이들 전직 고위 관계자들이 사드 반대단체에 민감한 군사정보를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와 관련돼 있다. 애초 이날 정식 공판이 예정돼 있었지만 피고인 측 요청에 따라 공판준비기일로 변경되면서, 재판부는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향후 재판 계획과 쟁점 정리에 착수했다. 이 절차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세 사람 모두 법정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정의용 전 실장과 정경두 전 장관은 2020년 5월, 당시 국방부 지역협력반장에게 군사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작전 정보를 사드 반대단체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정보는 유도탄과 레이더 전자장치 유닛 교체와 관련된 내용으로, 외부로의 유출이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항으로 분류된다.

서주석 전 차장은 2018년 국방부 차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두 차례에 걸쳐 사드 부지 내 공사 자재 반입 관련 정보를 사드 반대단체에 알리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그는 작전 명령이 하달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지휘관에게 작전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정황도 포착돼, 군사작전 방해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0월 감사원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이들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공공수사3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올해 1월 서 전 차장의 주거지와 경북 성주군의 사드 반대 시위 현장을 압수수색했으며, 지난 4월 30일에는 정의용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 사법적 책임 논란으로 확산된 첫 사례로 주목된다.

다만 검찰은 함께 수사 의뢰된 이기헌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서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 전 비서관이 사드 반대단체에 작전 정보를 누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의용 전 실장과 정경두 전 장관이 중국 국방무관에게 군사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군사 외교적 설명 수준을 넘는 기밀 누설로 보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