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를 맞은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아 유세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나란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지역 표심을 공략했다. TK 지역은 보수 정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으로 꼽히지만, 양측 후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민심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첫 유세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를 찾았다. 그는 연설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공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며 "저는 한때 그를 아주 나쁘게 봤지만, 산업화를 이끈 공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 시절에는 (박 전 대통령이) 독재를 하고, 군인과 사법기관을 동원해 사법살인을 자행하고 고문하며 장기 집권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집권했다면, 국민 모두가 그를 칭송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이 같은 과거 평가를 딛고 유능하고 충직한 인물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 역시 지난 일"이라며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진영 논리와 지역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그는 "좌든 우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한 실용 정책"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제시한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도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전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언급했다.
유세 말미에는 TK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지지를 직접 호소했다. 이 후보는 "안동에서 태어나 이 지역의 물과 쌀을 먹고 자랐다. 그런데 왜 지난 대선에서 20%의 지지도 얻지 못했을까"라며 "‘우리가 남이가’ 대신 ‘재명이가 남이가’라고 해달라. 이재명도 한 번 써보시라"고 말했다.
한편 김문수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경북 영천 인근에서 이틀째 대구에 머무르며 지지층 결집에 집중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TK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한 김 후보는 "젊었을 때는 박정희 대통령에 반대했다. 하지만 철이 들어 보니 제가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태도 변화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과거에는 박 전 대통령의 묘소에 침을 뱉기도 했지만, 지금은 꽃을 바치며 참회하고 있다”며 반성과 전향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대구·경북이 낳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달성군에 계신다. 박수로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가난을 없애고 세계 최강의 제조산업 기반을 일군 위대한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 TK 지역의 자긍심을 건드리는 전략으로 보수 지지층을 겨냥했다.
출정식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지금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누가 구할 수 있는지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잘 아실 것”이라며 “국민의힘 김문수”를 강조했다.
이날 오전 김 후보는 대구 신암선열공원을 찾아 독립유공자 묘역에 헌화하며 TK 지역의 역사성과 보훈 의식을 함께 부각했다. 페이스북에도 관련 내용을 공유하며 "독립유공자 전용 국립묘지인 이곳은 매우 큰 역사적 의미를 지닌 장소"라며 "저 역시 나라를 위한 필사즉생의 각오로 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