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문수가 당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 추진에 강한 반발을 나타냈다. 김 후보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한덕수와의 단일화를 주도하는 것에 대해 “정당한 대통령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의 단일화 시도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김 후보는 “지금 진행 중인 강제 단일화는 사실상 후보 교체 작업”이라며, “이는 정당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당헌 제74조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한다”고 밝히며, 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명분으로 후보를 교체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당헌 제74조에는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선거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당무 전반에 관한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김 후보는 이 조항을 근거로, 지도부가 후보 본인의 동의 없이 단일화 절차를 강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한덕수 후보와의 양자 토론회에 대해서도 김 후보는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후보의 동의 없이 정해진 토론회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며, “이에 따른 응분의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단일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시너지 있는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일방적인 강제 통합이 아닌 양측의 자율적 협의를 통한 단일화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일주일 동안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진행한 뒤,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 토론을 하고 목요일과 금요일 양일간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결정하자”고 했다. 이는 양측의 정책과 비전을 충분히 검증한 뒤 시너지 있는 통합을 도모하자는 제안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이번 사태를 두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자신의 정치적 경로와 당선 이후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3일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며, “기쁨도 잠시, 곧바로 당 지도부가 저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 시작됐고, 그 결정적인 정황은 어젯밤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정당민주주의는 헌법상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원칙”이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도부가 왜 본선 등록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무소속 후보를 위해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것인지 이유를 묻기도 했다.
그는 “한 후보는 이런 시나리오를 미리 알고 있었는가? 그래서 우리 당의 경선이 진행 중일 때 대행직을 사임하고 무소속 등록을 한 것인가?”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당 지도부가 경선 전부터 무소속 후보를 위한 선거대책위원회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들러리에 불과했던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자체적으로 ‘단일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로드맵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에 양자 토론회를 진행하고,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후 4시까지 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최종 단일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 같은 일정에도 전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단일화 논의가 자율적 합의 없는 채 강행될 경우 심각한 내홍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한덕수 후보와는 국가를 위한 진지한 협의를 계속해나갈 것이며,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