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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대법관 후임 제청 지연… 노태악 퇴임에 대법관 공백 장기화 우려

조희대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임자 제청을 미루는 가운데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대법관 공백이 현실화됐다.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이날 퇴임한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자를 아직 제청하지 않았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후보를 제청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을 통과한 뒤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따른다. 제청이 이뤄지더라도 청문과 표결, 임명까지 통상 1개월 안팎이 소요되는 만큼 당분간 대법관 공백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관 후보 4인 추천 이후 42일 경과… 제청 지연 이례적

지난달 21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김민기 수원고법 고법판사,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후보로 선정했다. 그러나 후보 추천 이후 42일이 지났음에도 조 대법원장의 제청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윤성식 부장판사를 1순위, 손봉기 부장판사를 2순위로 검토해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반면 청와대는 여성 후보인 김민기 고법판사와 박순영 고법판사를 각각 1·2순위로 선호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이처럼 대법관 후임을 둘러싼 선호가 엇갈리면서 인선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대법원 모두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배당 변수와 이해충돌 논란

윤성식 부장판사가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를 지휘하게 되면서 대법관 제청이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윤 부장판사가 이끄는 서울고법 1부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사건 항소심을 맡아 심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법원이 박순영 고법판사를 제청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청와대가 김민기 고법판사를 선호하면서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민기 고법판사의 배우자가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 역시 변수로 거론됐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헌법재판관과 배우자가 동시에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맡은 전례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법원의 확정 판결을 다시 다툴 수 있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과 맞물려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법개혁 3법 논의와 맞물린 대법관 공백 장기화 가능성

여권에서는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이른바 ‘사법개혁 3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며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 대법관 후임 인선이 지연될 경우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과거에도 대법관 공백 사례는 있었지만, 제청 단계에서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는 드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에는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늦어지면서 공백이 발생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차기 대법관 후보 제청 권한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있다. 그러나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배제한 채 후보를 제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도 법조계에서 제기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청와대와 대법원 간 갈등설에 대해 “인사 관련 사항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과거 대법관 공백 사례… 102일·59일 공백 전례

대법관 공백은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다. 마용주 대법관은 전임 김상환 전 대법관 퇴임 이후 102일 만에 임명됐다. 당시 국회 임명동의안은 2024년 12월 가결됐으나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숙연 대법관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지연되면서 전임자 퇴임 이후 5일간 공백이 발생했다. 신숙희·엄상필 대법관 역시 전임 대법관 퇴임 이후 후보 선정 절차가 시작되면서 59일의 공백을 겪었다.

노태악 대법관 퇴임 이후 후임 제청이 늦어지면서 이번 대법관 공백이 얼마나 이어질지 주목된다. 제청과 청문, 임명 절차가 맞물린 상황에서 대법관 후임 인선의 향방에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