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12일 북한이 일부 조건을 충족할 경우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후계 내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도 함께 이뤄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이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날 보고에서는 북미 대화 가능성, 김주애 후계 구도, 노동당 대회 전망, 북러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상황 등 북한의 전반적인 동향이 폭넓게 다뤄졌다.
◈북미 대화 가능성 상존… ICBM 시험 자제 배경 분석
국정원은 정보위 보고에서 “북미 관계는 조건 충족 시 대화에 호응할 소지가 있다”며 “조건이 갖춰지면 미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어 북한이 한미 팩트시트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에 대해 그때마다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나, 미국과의 대화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방을 자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시험 발사를 자제하는 등 일정 부분 운신의 공간을 남겨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향후에도 부정적 메시지가 없는 상태에서 북미 간 접점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주애 후계 내정 단계 판단… 의전·행보 변화에 주목
국정원은 북한 내부 권력 구도와 관련해 김주애의 위상 변화를 주요 동향으로 제시했다. 보고에 따르면 김주애는 최근 건군절 행사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 주요 정치 행사에 연이어 참석하며 존재감을 부각해 왔다.
국정원은 “일부 시책에 의견을 개진하는 정황이 포착되는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 후계 내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후계자 수업 중’이라는 표현에서 한 단계 진전된 평가로 받아들여졌다.
이성권 의원은 “오늘 보고에서 ‘내정 단계’라는 표현이 사용된 점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박선원 의원은 “그동안 후계 구도를 점진적으로 노출해 왔다면, 최근에는 의전 서열 1위로서의 위상을 부각시키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향후 노동당 제9차 대회 부대 행사에서 김주애의 참석 여부와 의전 수준, 상징어 사용, 실명 호명 여부, 당 규약상 후계 시사 징후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대회 전망과 대남·북러 관계 동향
노동당 대회와 관련해 국정원은 “김정은은 집권 15년 차를 맞아 김일성, 김정일 등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본인 주도의 핵 보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정책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대회는 설 연휴 이후 개막할 가능성이 높으며, 약 7일간 외부 대표단 없이 내부 행사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남 관계에 대해서는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며 관계 개선 여지에 선을 긋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공관과 대남 사업 담당 인력에 대해서도 대남 차단 활동 지침을 지속적으로 하달하는 등 ‘두 국가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러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해 고위급 교류 횟수가 김정은 집권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양국 관계는 군사적 밀착을 기반으로 경제·문화 등 전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북한군 파병 상황도 언급됐다. 국정원은 “쿠르스크 국경 방어에 전투병 1만여명이 투입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건설·공병부대 1000여명이 추가로 투입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북한으로 복귀했던 전투 공병 1100명이 다시 파견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무인기 전문 부서를 신설해 무인기 개발과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무인기 제작 등 러시아 전략 시설에 인력 파견을 추진하려는 동향도 있다고 보고했다.
◈북중 관계 및 무역 동향… 회복 국면 속 제약 지속
북중 관계와 관련해 국정원은 “지난해 9월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해 천안문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서며 관계 회복의 물꼬를 텄다”고 보고했다. 다만 관계가 본격적인 탄력을 받는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북중 무역액은 6년 만에 3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대북 제재 이전 수준의 절반에 머물고 있으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도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군 포로 협상과 관련해 이성권 의원은 “기존 2명이 한국으로 귀순하고자 하는 의향은 이미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제법상 자유송환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며, 우리 정부도 한국 귀순이 가능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