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을 앞두고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간 단일화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두 사람의 회동을 앞두고 여론조사와 의원총회를 병행하며 김 후보에게 결정적인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김 후보는 주도권을 자신이 쥔 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7일 국민의힘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김문수·한덕수 후보 간 단일화 필요성과 시기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6시 예정된 두 후보의 회동 이후 여론조사 결과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도부는 회동 결과가 무위로 끝날 경우, 당원의 뜻을 앞세워 단일화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당원들이 단일화에 찬성하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강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지도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 김문수 후보의 참석도 공식 요청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직접 김 후보 캠프를 방문해 참석을 권유했고, 김 후보가 오후 6시 한덕수 후보와의 회동 이후라도 의총에 참석하겠다면 그에 맞춰 의총을 다시 열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밤새 경내에 대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같은 시각, 서울 시내 한 장소에서 나경원·안철수 의원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연대 강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당내 경선 후보들과의 연대를 통해 단일화 논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앞서 나경원 의원은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후보 교체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히며, 당 일각에서 한덕수 후보 중심으로 단일화가 진행되는 분위기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안철수 의원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차라리 처음부터 가위바위보로 우리 당 후보를 정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며, “이미 한 후보가 점지된 후보였다면 우리 당 경선에 나섰던 후보들은 무엇이었나. 들러리였던 것인가”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김 후보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당 대표에게도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두 사람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난 5일 밤 김 후보가 홍 전 시장과 전화 통화를 나눈 사실이 확인됐다. 홍 전 시장은 당시 통화에서 “여기서 물러서면 바보”라며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 자체는 수용하겠지만, 주도권을 넘기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한 후보는 단일화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당에 위임한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지금 국민의힘의 실질적 의사결정자는 김 후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