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간의 단일화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김 후보에게 빠른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선 반면, 김 후보 측은 "단일화는 김 후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김 후보는 지난 5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단일화는 단일화 추진기구를 통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대상은 한덕수 예비후보뿐 아니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까지 포함하는 보수 진영의 빅텐트 구성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직후, 당 지도부가 사흘 안에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진행하라고 요구하고 당무 협조를 거부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당헌 제74조를 근거로 대통령 후보는 당무우선권을 갖고 있다며, 당 지도부가 사무총장 임명을 수차례 거부한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지명했으나 장 의원이 고사하면서, 당 지도부는 기존의 이양수 사무총장을 유임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양수 사무총장은 "어떤 법 체계에서도 후보자의 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과거에도 후보의 결정을 존중하되 당규상 절차를 따랐다"며, 김 후보 측이 당헌 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당 최고 의결기구는 전당대회, 전국위원회, 상임전국위원회, 최고위원회 순이며, 당론 채택 권한은 의원총회에 있다"고 덧붙였다.
갈등이 이어지자 당 지도부는 김 후보가 요구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와 단일화추진본부 설치를 이날 밤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의결했다. 그러나 단일화 추진을 둘러싼 긴장은 여전히 팽팽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늦어도 오는 10~11일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는 단일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날 당내 3선·4선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김 후보와 한 후보에게 단일화 결단을 촉구했다. 이는 특정 후보 지지 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 김 후보를 압박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를 겨냥해 "시간을 끌면서 단일화가 자연스레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태도라고 경고했다. 그는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약속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 다짐을 실천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은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김 후보가 단일화 일정을 조속히 밝히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김 후보 측과 일부 의원들은 김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김재원 비서실장은 "단일화는 때로는 후보의 사퇴를 포함하는 자기희생을 전제로 하는 만큼, 김 후보가 주도해야 한다"며, 투표용지에 김 후보만 등재되도록 하는 것이 단일화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우재준 의원도 자신의 SNS를 통해 "김 후보가 선출됐다면 당은 그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선출 직후부터 단일화 압박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 안팎에서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 후보는 6일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해 본격적인 민심 잡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영덕 산불 피해 현장을 찾은 데 이어 오후에는 포항 죽도시장, 경주 황리단길, 대구 동성로 등을 방문해 지역 유권자들과 소통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김 후보는 경주에서 하루를 묵은 뒤, 다음날에는 부산·경남(PK) 지역을 돌며 선거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당내 단일화 논란이 여전히 뜨거운 상황이지만, 김 후보는 대선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독자적인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