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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명칭 ‘북향민’ 변경 제안 논란… 전국탈북민연합회, 정동영 통일부 장관 사과 촉구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한교총

전국탈북민연합회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탈북민’이라는 용어를 ‘북향민(北鄕民)’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당사자의 존엄과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회는 최근 언론에 성명을 배포하고, 해당 제안이 탈북민 사회의 현실과 인식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 장관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탈북민 명칭 변경을 둘러싼 정부 정책 방향과 당사자 인식 사이의 간극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합회는 이날 발표한 ‘통일부 정동영 장관의 허위주장 규탄 성명서’를 통해 “탈북민을 모욕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즉각 사죄하라”고 밝혔다. 특히 정 장관이 탈북민 당사자들이 기존 명칭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이는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연합회는 해당 발언이 탈북민 내부의 다양한 인식과 선택을 하나로 단정 지은 것이라며, 명백한 왜곡이자 오만한 일반화라고 지적했다.

◈‘북향민’ 용어에 대한 탈북민 사회의 문제 제기

탈북민 단체는 ‘북향민’이라는 표현 자체가 언어적·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북향(北向)’이라는 단어가 갖는 중의적 의미로 인해,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온 탈북민들이 오히려 ‘북을 향하는 사람’으로 오인되거나 왜곡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명칭은 탈북민의 삶의 선택과 탈북 과정의 본질을 흐릴 수 있으며, 사회적 인식에도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회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 장관의 공개 사과를 비롯해 ‘북향민’ 명칭 도입 검토의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또한 탈북민 용어 변경 문제는 당사자 단체들과의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민 당사자의 의견이 배제된 채 정책적·행정적 판단만으로 용어 변경이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적 용어와 사회적 사용 간의 괴리

현행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입국한 사람을 지칭하는 공식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이다. 다만 일상적·사회적 맥락에서는 ‘탈북민’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돼 왔다. 이 용어는 탈북 과정과 남한 사회 정착이라는 현실을 비교적 직관적으로 담고 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통용돼 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기존의 ‘탈북민’이라는 표현 대신, ‘북한에 고향을 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은 ‘북향민’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일부는 아직 해당 호칭을 공식적으로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간부회의 등 내부 회의에서 이미 ‘북향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탈북민 사회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대통령 업무보고 발언 이후 확산된 논란

정 장관은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내년도 통일부 업무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탈북민 명칭 변경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탈북민들 전원이 기존 명칭, 탈북자라는 명칭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탈북민연합회는 이러한 발언이 실제 탈북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채 단정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북향민’ 명칭 변경 논란은 탈북민 용어라는 민감한 사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당사자 간 소통 부족 문제가 다시 부각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탈북민 단체들은 향후에도 용어와 정책 전반에 대해 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