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앞두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으나, 시민단체와 광주시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참배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한 전 총리는 2일 오후 5시 35분경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한덕수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띠를 두른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맞이했지만, 묘역 진입 직전 민주의 문 앞에서 시민단체와 대학생들로 구성된 시위대의 저지에 가로막혔다. 이들은 "내란 세력의 5·18 참배 웬 말이냐"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한 전 총리 일행은 약 5분간 민주의 문 앞에서 발이 묶인 채 이동하지 못했다. 이후 약 10미터가량 뒤로 물러선 그는 시민들을 향해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서로 사랑합시다", "우리 5·18 영령들의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외치며 길을 열어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시위는 계속됐고, 한 전 총리는 고개를 숙인 채 결국 참배를 포기하고 오후 6시경 현장을 떠났다.
참배 무산 직후 그는 광주 동구 대인시장으로 이동해 약 30분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그는 `1000원 백반집`으로 알려진 식당을 방문해 식사를 하고, 지난달 광주 방문 당시 일정상 들르지 못했던 점을 보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일대를 돌며 상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고, 한 상인이 "경제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자 그는 "두루 의견을 듣고 잘 전달하겠다"며 손을 잡고 위로했다. 이후 분식집에서 간단한 음식을 구매한 뒤 서울로 돌아갔다.
한 전 총리는 묘역 참배 무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한 전 총리의 참배를 앞두고 사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히 반발했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이날 "한 전 총리는 내란 수괴의 파면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고, 내란 특검법을 외면한 인물"이라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자가 어떻게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국민 통합을 말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5·18을 이미지 세탁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중단하라"며 "오월 영령을 능욕하는 내란 주범 한덕수는 즉시 물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참배 시도는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일정 중 상징적인 정치 행보로 해석됐지만, 강한 저항에 부딪히며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