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인 ‘국민성장펀드’가 다음달 10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음에도 국회 예산 심사에서부터 난항을 겪으며 사업 추진 동력 확보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생산적 금융 체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사무국 출범과 금융권 협력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준비 부족 지적이 이어지며 관련 예산 심사가 멈춰선 상황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7일 예산안조정소위를 열고 국민성장펀드 관련 예산을 논의했으나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비쟁점 예산을 먼저 다룬 뒤 쟁점으로 분류된 해당 예산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으며, 현재는 소위원회보다 더 좁은 논의기구인 ‘소소위’로 넘어간 상태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총 150조원 규모의 투자를 조성해 향후 5년 동안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산업 전반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프로젝트다. 당초 100조원 규모로 제안됐다가, 정책 방향이 확대되면서 산업은행의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 민간·국민·금융권 참여 자금 75조원을 합쳐 총 150조원으로 늘어났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위해 산업은행에 1조원 규모의 출자를 요청했지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다시 제동이 걸렸다.
예산소위에서는 준비 부족과 불투명성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간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야권에서는 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하는 강경 의견까지 나왔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성장펀드는 핵심 정보가 부재한 상태"라며 2026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채무 증가를 전제로 한 관제 펀드는 위험성이 크며, 자칫 깜깜이 펀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려를 일부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펀드 조성 목표가 100조원에서 150조원으로 늘어난 만큼 내년도 예산 또한 비례해 늘어야 한다"며 약 5000억원의 증액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무위원회의 예비심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정명호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구체적인 사업계획 없이 제출된 예산안"이라고 분석하며 "펀드 규모 확대에 따라 예산 편성의 적정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성장지원펀드를 흡수하는 만큼 벤처·중소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한 실효성 있는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국민참여 뉴딜펀드’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점을 들어 유사한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만기가 도래한 10개의 뉴딜펀드 중 7개가 일반 국민 기준 수익률 5%에 미달했다. 일부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재정이 후순위 손실을 부담했음에도 -20% 이상 손실을 기록한 상품도 있었다.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가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보완책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투자 분야를 확대하고, 세제 혜택과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한편, 재정 후순위 보강을 통해 정부가 투자 리스크를 우선 부담해 민간 참여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출범 이후 즉시 프로젝트가 가동될 수 있도록 거버넌스와 운영 체계를 촘촘히 준비 중"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과 첨단산업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자금과 국민성장펀드가 민간 투자를 이끌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1조원 규모의 정부 예산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국민성장펀드는 생산적 금융 전환의 핵심 축"이라며 "정치권과 충분히 소통해 예산안이 원활히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