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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 발표… 전문가들 “협상은 이제 시작” 평가

한미 양국이 지난달 경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대규모 대미 투자, 관세 조정 등 굵직한 현안들이 반영되며 외교·안보·경제를 아우르는 협상의 큰 틀이 공개됐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으며, 이번 발표는 협상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미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며 “한미 양국이 핵잠·우라늄·관세 등 핵심 안보·통상 현안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백악관 역시 “한국의 공격형 핵잠 건조를 승인한다”고 공식 확인하며 연료 조달 등 후속 논의를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필요로 해 실무 협의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추진, 미국의 우라늄 농축·재처리 절차 지지, 한국 내 미 해군 함정 건조 협력, 국방비 GDP 3.5% 확대, 반도체·자동차 관세 조정 등 양국이 논의해 온 핵심 의제가 담겼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했고, 한국은 전략 산업과 조선업을 중심으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 발표에도 전문가들은 여러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워싱턴DC 애틀랜틱카운실 세미나에서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여전히 정의되지 않은 지점이 많다”며 “핵잠 건조 장소가 명확히 적시되지 않은 것은 대표적 미완성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필리조선소 건조 가능성이 거론되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한국은 한국 기술로 국내에서 건조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골드버그 전 대사는 “우라늄 재처리 관련 문언은 미국 법률과 123 협정 개정을 전제로 한다”며 “실제로 합의까지 이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관세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부담하기 어려운 영역들이 곳곳에 있어 후속 협상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한국이 미국 제품에 무관세를 유지하는 반면, 미국은 15%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은 전례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전략 산업에 2000억 달러, 조선업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약속은 매우 도전적인 결정이며, 이행 여부에 따라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도 “투자펀드 관련 MOU가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신호”라며 “이번 발표는 사실상 한미 FTA 기존 관세 체계가 과거의 것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 해군 함정의 국내 건조 가능성에 대해 “한미 조선업 협력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며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양국이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작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임기 내 추진 가능성이 높다”며 “주한미군 주둔과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공약도 재확인됐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이번 팩트시트를 통해 동맹의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핵잠 건조 시기·장소, 우라늄 권한 절차, 대규모 투자 구조, 관세 세부 조건 등 후속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는 긴 협상의 ‘완료’가 아닌 ‘시작’이며, 앞으로의 논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