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13일 오후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중국의 불법체류 외국인 정책과 디지털 감시 체계: 재중 탈북민 식별·등록·통제 메커니즘’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중국 당국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탈북민 감시 및 인권 침해 문제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에서는 중국의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통제 강화가 재중 탈북민에게 미치는 영향과, 디지털 기술이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 사용될 때 발생하는 인권 문제를 다루었다. NKDB는 “코로나 이후, 수년 또는 20년 이상 중국에 체류하던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오는 결정을 내린 주된 이유가 중국 내 통제 강화에 있었다”고 했다.
NKDB는 2013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에 거주한 북한이탈주민 10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와 심층 인터뷰, 문헌 분석을 통해 중국의 디지털 감시 체계와 그 영향력을 파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재중 탈북민을 대상으로 식별, 등록, 통제의 3단계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CCTV, 핸드폰 앱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안면 인식, 음성, 지문, 혈액 등 민감 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하고 있어, 재중 탈북민의 인권 침해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의 디지털 감시 시스템은 중국 전역에 걸쳐 적용되며, 외국인과 소수민족을 포함한 모든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시스템은 본래 합법적인 목적을 가지고 시작되었으나, 특정 집단, 특히 재중 탈북민에게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초래하고 있다.
환영사를 전한 NKDB 박종훈 이사장은 “탈북민은 난민 지위 심사를 받지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분류되며, 대부분 인신매매를 통해 중국에 유입됐다. 이로 인해 그들은 중국 내에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더욱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이 자리를 통해 디지털 감시 시대에서 인권이 어떻게 침식되고 있는지를 고찰하며, 인도적 대응 방안과 시민들의 연대와 참여를 통해 인권 보호의 길을 함께 모색하자고 한다”며 감시와 통제의 압박 속에서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이어서 Roland Honekamp 주한EU대표부 공관 차석이 축사를 전했다. 축사 이후 세미나가 진행됐다. 세미나에서는 NKDB의 이지안 조사분석원과 신동휘 조사분석원이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중국 체류 경험이 있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 중국의 디지털 감시 체계와 재중 탈북민의 현실
‘중국의 디지털 감시 체계 현황’에 대해 발표한 이지안 조사분석원은 중국이 인구 식별과 이동 통제, 감시의 수단으로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재중 탈북민들이 법적으로 체류 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상태에서 디지털 감시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이 분석원은 “첫째, 중국은 효율적인 인구 관리를 위해 호구와 신분증 제도를 지속 개혁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 개인정보와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하여 전체주의적 감시의 기반을 확보함과 동시에 불법 체류자에 대한 식별을 용이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둘째로 중국은 국경 지역에서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출입국자에 대한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고 있었다”며 “한편 그 방식이 입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아 법적 투명성이 부족하고, 그 활용 범위가 기관의 재량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었다. 난민·이주민 보호 메커니즘이 부재한 중국에서 이러한 포괄적인 생체정보 수집과 활용은 그것을 사회적 감시의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또 “마지막으로 중국은 동태 관리 정책을 통해 이미 자국 내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 결혼 여성에 대하여 중국 국적 남성과의 사실혼 관계, 그 슬하의 자녀, 그 가정의 화목 정도를 기준으로 선별적으로 체류를 허용하고 일상생활 전반을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관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 디지털 감시와 탈북민의 불안정한 신분
‘중국의 디지털 감시의 재중 탈북민 적용실태’에 대해 발표한 신동휘 조사분석원은 “재중 탈북민은 중국에서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의 특수성과 난민 심사 제도(RSD)를 통해 사실상의 난민 지위를 법적으로 확인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중국 정부의 제도적 방치와 차별적 정책 구조 속에 놓여 있다”며 “비록 중국의 디지털 감시가 오직 재중 탈북민만을 감시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지만, 불법 체류자라는 불안정한 신분과의 상호작용 가운데 중국 당국의 디지털 감시는 자신이 언제든지 북한으로 강제송환 될 수 있다는 불안 요소로 작용함으로써 장기간 중국에서 체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으로의 입국을 고려하게 하는 주된 요소로 작용하였다”고 했다.
이어 “합법적인 신분의 부재와 팬데믹 등으로 강화된 중국 당국의 통제가 중첩된 결과, 재중 탈북민의 사회적 안정을 약화하였고 이는 그들의 탈중(脫中)으로 이어졌다”며 “중국에서의 디지털 감시 피해 경험은 재중 탈북민이 대한민국에 입국해 정착한 이후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재중 탈북민이 남한에 정착한 이후, 중국에 재입국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등록되어 있던 개인정보와 생체정보는 여전히 그들이 북한 출신임을 식별하는 매개로 작용하였고, 그 결과 재중 가족에 대한 공안기관의 조사나 출입국항에서의 출국 권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보위부에 의한 신변 위협성 경고 등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 중국의 디지털 감시 환경 활용한 북한 보위부의 재중 탈북민 감시
NKDB는 “본 보고서는 중국의 디지털 감시가 재중 탈북민에게 어떻게 적용되며 어떤 인권 침해적 상황을 초래하는가를 분석했다. 그 의의는 디지털 감시와 신기술이 인간 통제 및 감시 구조, 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있다”며 “그러나 중국의 디지털 감시 기술이 단지 중국 당국의 통제 수단에 그치지 않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보위부가 이러한 감시 인프라로 인한 사회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였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중국의 디지털 감시 환경을 활용하여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보위부원들이 재중 탈북민을 식별하고 통제하는 데 이용하고 있으며, 북한 내부에서는 이미 중국산 감시 기술을 도입해 내부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주민 감시를 정교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의 디지털 감시 체계가 북한 내부의 통제 강화와 재중 탈북민의 인권침해에 미치는 양상을 지속 주목하고, 초국가적으로 발생하는 디지털 감시가 초래하는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디지털 감시와 북한 인권의 교차점에서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 정책 제언, 국제 연대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행사는 토론 순서로 마무리 됐다. 토론에는 박석길 LiNK 한국지부 공동대표, 양효령 전북대학교 교수, John Delury 아시아 소사이어티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했고,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이 좌장을 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