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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공직자 조사 TF 출범에 공직사회 불안과 반발 확산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공직자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추진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검찰, 경찰, 소방청 등 12개 주요 기관이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정되자 내부에서는 ‘찍어내기 인사’나 ‘제2의 적폐청산’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불안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 아래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구성해 공직자들의 불법 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감사원과 국가정보원, 대통령 비서실, 경호처를 제외한 49개 중앙행정기관으로, 이 중 군·검찰·경찰·기재부·외교부·법무부·국방부·행안부·문체부·소방청·해경 등 12개 기관이 우선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별도의 정부 조사를 통해 관련자에 대한 인사 조치와 징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2월 13일까지 인사 조치를 완료해 ‘내란 청산’을 신속히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해당 부처들에서는 갑작스러운 조치에 당혹감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특검이 수사를 진행 중인데, 공무원까지 다시 조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까지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재부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쪽지’를 받은 뒤 1급 이상 간부 회의를 개최한 사실이 알려지며 부담이 크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하거나 지시를 받은 간부들까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며 “내부 분위기가 매우 불안정하다”고 전했다.

조사 기준의 모호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계엄 선포 6개월 전부터 4개월 후까지 총 10개월간 내란에 직접 참여하거나 협조한 행위를 조사 범위로 규정했으나, 구체적인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공무원은 “쪽지를 전달받고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은 것도 동조로 볼 수 있느냐”며 “단순히 회의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내란 가담자로 분류된다면 억울한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상민 전 장관이 계엄 동조 의혹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되자, 내부에서는 “이미 계엄 직후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왜 다시 조사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적폐청산 조사에서도 행안부는 대상이 아니었다”며 “이번 조치는 과도하고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소방청 내부에서는 허탈감이 팽배하다. 허석곤 전 소방청장이 이상민 전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고 있지만, 실제 지시는 실행되지 않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전화 한 통 받은 것뿐인데 조사를 받게 됐다”며 “이런 식이라면 누가 앞으로 책임감 있게 일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소방의 본연 업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계엄 동조’로 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군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당시 공무원들은 시킨 일을 한 것뿐’이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공무원들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합참 관계자도 “이미 여러 차례 조사가 있었는데 추가 조사를 한다니 황당하다”며 “합참은 계엄에 관여한 조직이 아닌데 왜 집중 점검 대상에 포함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최근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이번 TF 조사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방의 한 검사는 “조사 기준이 불분명하면 무분별한 제보나 투서가 늘어날 수 있다”며 “내부 분위기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각 기관에 ‘내란행위 제보센터’를 설치해 제보를 받겠다는 방침이지만,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조직 분열과 갈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법무부의 한 부장검사는 “감찰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자칫 ‘표적 감찰’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명단에 이름만 올라가도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며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TF 구성을 ‘공직사회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내란 청산’을 명분으로 한 정치적 정비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공직사회의 긴장과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향후 TF의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가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