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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검찰 내부 반발 확산… “설명 없이 내려진 전례 없는 결정”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조직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 조직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뒤,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들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검찰 내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을 향해 항소 포기 결정의 법리적 근거와 경위를 명확히 설명하라는 요구가 이어지며, 조직 내부는 전례 없는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노 대행의 연수원 동기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 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전국 주요 검사장 18명이 이름을 올린 집단 입장문이 게시됐다.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 성명은 대검 수뇌부를 향한 이례적 내부 반발로,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검사장들은 입장문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다”며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는 검사장으로서 항소 포기 결정의 법리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한 항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지시를 존중해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고, 이후 입장 차이를 인정하며 책임을 지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며 “그러나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법무부 의견을 참고하고 여러 요소를 종합해 항소 포기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판단 과정이나 법리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어떤 조직적 설명도 없이 내려진 이 결정은 납득할 수 없으며, 검찰의 독립성과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별도의 공동 성명을 내고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촉구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하담미 지청장, 부산지검 동부지청 최행관 지청장, 대구지검 서부지청 신동원 지청장, 광주지검 순천지청 용성진 지청장 등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은 검찰이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그 결정의 배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온 정의와 책임의 가치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그리고 법무부 장관의 발언만으로는 항소 포기 결정의 구체적 경위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대 부패범죄 사건에서 공판팀의 만장일치 항소 의견이 합리적 설명 없이 묵살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책임 있는 위치의 인사들이 국민 앞에서 명확한 근거와 설명을 내놓는 것이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12개 부치지청(부장검사를 둔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노 대행과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을 향해 항소 포기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남양주지청 유옥근 지청장, 강릉지청 노선균 지청장, 원주지청 윤원기 지청장, 평택지청 조민우 지청장 등은 “공소유지를 담당한 수사·공판팀의 만장일치 항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검찰 구성원으로서뿐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이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선 지청에서는 무죄가 선고되거나 양형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사실관계와 법리,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항소 여부를 판단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의견이 다를 때는 일방적 지시가 아닌 충분한 소통을 통해 조율해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서는 그러한 내부 절차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검찰 내부의 이 같은 반발은 단순히 사건의 처리 방향을 둘러싼 의견 차이를 넘어, 검찰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수의 검사들은 “이번 결정은 검찰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한편, 노만석 권한대행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의 의견을 참고하고 판결 내용과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서 책임 하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내부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검찰 내 논란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