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싸고 검찰 내부의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엇갈린 입장을 보이면서 조직 내 혼선이 커지고, 현직 검사들이 공개적으로 반발에 나서면서 사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내부 검사들 “항소 포기 이해할 수 없다” 공개 비판
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의 글이 게재되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 검사는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추징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한 전례가 있느냐”며 지휘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심 재판부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추징을 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으로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수천억 원의 범죄 수익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 검사는 “대검 차장이 밤늦게까지 심도 있게 고려했다는 판단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중앙지검장이 공소심의위원회 결재를 이미 마쳤음에도 자정 무렵 입장을 번복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2024년 11월 8일 0시, 검찰은, 그리고 진실은 죽었다”고 적었다. 그는 “머리보다 큰 감투를 쓰면 눈이 가려진다”는 과거 중앙지검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지금의 지휘부가 순간적인 보직과 이익을 위해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판 담당 부장검사 “항소 타당성 있었다…결정 과정 납득 안 돼”
공소유지를 맡았던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 역시 내부망에 글을 올려 항소 포기 과정을 비판했다. 그는 “항소가 타당하다고 판단했으나 관철시키지 못해 선후배 검사들에게 죄송하다”며 “11월 5일 항소장을 보고하고 결재까지 마쳤지만, 마감 직전 대검으로부터 항소 포기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 부장검사는 “대검 차장이 ‘주요 범죄가 유죄로 인정됐고 구형에 비해 충분한 형이 선고됐다’며 항소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이 중앙지검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면 최소한 구체적인 사유를 설명하고 의견을 개진할 기회라도 줬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기다려 달라’는 말뿐이었고, 항소 시한 몇 시간 전 일방적으로 포기 지시를 내린 것은 실무를 책임지는 검사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조직 내 반발 확산…“진실을 묻은 결정”
천영환 울산지검 검사도 내부망에 “수사·공판팀의 만장일치 항소 결정을 법무부와 대검이 막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법률에 따라 국민을 보호해야 할 기관이 특정인을 법과 재판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에 대한 배임적 행위를 한 법무부 장관과 대검 수뇌부는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외에도 “비정상적 의사결정으로 조직에 상처를 남겼다”, “항소 포기 사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이번 사태를 “조직의 신뢰와 정의를 스스로 훼손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지휘부 “종합적 고려 끝 결정”…엇갈린 입장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법무부의 의견과 판결 내용, 항소 기준, 사건 경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항소하지 않기로 판단했다”며 “이는 총장 대행으로서 나의 책임 하에 중앙지검장과 협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양한 의견과 우려를 알고 있으며, 구성원들이 이를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정 모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의 지휘권은 존중돼야 한다”며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입장은 달랐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정 지검장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사의를 밝혔으며, 취임 약 4개월 만의 사퇴였다.
◈사건 경과와 향후 파장
지난달 31일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사건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하고,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법원 판례가 없는 법률적 쟁점을 상급심에서 판단받기 위해서라도 항소가 필요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항소 시한인 11월 7일까지 지휘부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결국 항소 포기로 사건이 종결됐다.
이로 인해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검찰 내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사건 종결을 넘어 조직 내 신뢰와 리더십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부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휘부가 어떤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향후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