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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에 사의 표명

정진우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정진우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뉴시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의 지휘를 존중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은 달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사태는 검찰 내부의 의견 충돌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로, 수사 라인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지검장은 9일 입장문에서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으나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4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대장동 사건의 1심 판결 이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결정에 대해 내부 반발이 거세다. 수사팀은 전날 새벽 발표한 입장문에서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할 때까지 아무런 공식 지시 없이 기다리라는 말만 있었고, 자정을 앞둔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한 지시가 내려져 물리적으로 제출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강백신 부산고검 검사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항소 필요 판단을 번복하게 된 경위와 관련해 대검과 법무부 수뇌부가 국민과 검찰 구성원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며 책임 있는 해명을 촉구했다.

이처럼 검찰 내부의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같은 날 해명에 나섰다. 그는 “법무부 의견 등을 참고해 판결 취지와 항소 기준, 사건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검찰총장 대행인 제 책임 하에 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다양한 의견과 우려가 있음을 알고 있으나, 조직 구성원들이 이런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장기간 공소유지 업무를 담당해온 일선 검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함께 고민해 준 정 지검장께도 미안함과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 선고된 대장동 사건 1심 재판에서는 일부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형량이 내려지면서 항소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재판부가 “사안에 부합하는 대법원 판례가 없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할 때, 법리 검증 차원의 항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러나 형사사건 항소 제기 시한인 선고일로부터 7일이 지나기 전까지 대검의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아 항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형량이 강화될 가능성은 사라졌고,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개입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항소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결재까지 마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무부로 보고가 올라간 이후 상황이 급변했고, 최종적으로 항소 포기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중앙지검의 의견은 달랐다”고 공식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번 사건을 둘러싼 대검과 중앙지검 간의 인식 차이는 더욱 뚜렷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수사 라인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향후 간부급과 수사팀의 추가 사의 표명으로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