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이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및 벨라루스 방문을 공식 발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이자 대미 외교를 총괄하는 최 외무상이 자리를 비운다는 점에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로씨야련방 외무성과 벨라루씨공화국 외무성의 초청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 최선희 동지가 로씨야련방과 벨라루씨공화국을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문 일정이나 세부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 외무상은 지난해 11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번 방문은 약 1년 만으로, 전문가들은 그가 이번 방러 일정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재방문 일정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순방이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외교적 함의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이 기간 북미 정상이 만날 경우 핵심 실무자인 최 외무상이 부재한다는 점은 회동 가능성을 사실상 희박하게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나는 그들이 일종의 핵 보유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그들은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북한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발언으로 해석되며,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되었다.
그러나 북한이 이 발언 직후 최 외무상의 러시아 순방을 발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보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핵보유국 지위’까지는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민감한 시점에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공개한 것은 북한이 일관된 러시아 혈맹 노선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트럼프와의 회동을 거부하는 명확한 대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대미 외교 실무를 총괄하는 최선희가 부재한 상황에서 김정은과 트럼프의 회동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며 “만약 깜짝 회동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최선희를 비롯한 대미 실무진이 비상대기 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