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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대미 투자펀드 협상에 “통화스와프 없인 외환위기 가능성” 경고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김혜경 여사와 출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김혜경 여사와 출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 진행 중인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협상과 관련해 통화 스와프 체결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22일 로이터를 통해 공개됐다.

이 대통령은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합의가 핵심 과제이자 최대 걸림돌”이라며 “현재 협상안은 상업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간극을 좁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협상 철회 가능성과 관련해선 “혈맹 간에는 최소한의 합리성이 지켜질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민주 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에 대해서는 “가혹한 대우로 국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고 과도한 법 집행의 결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했고, 재발 방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 마련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한미 동맹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관세·안보 패키지 협상에 대해서는 “미국은 안보와 무역을 분리하길 원한다”며 “불안정한 상황은 최대한 빨리 종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와의 인터뷰에서는 조지아주 사태를 “충격적”이라고 평가하며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겪은 가혹한 처우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속담을 인용해 이번 사건이 한미 관계 강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핵무기 생산 동결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유지하되, 핵 생산 동결만으로도 분명한 이익이 있다”며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결에 합의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드러난 북·중·러 정상 회동에 대해 “세계가 양분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경계선에 놓여 있다”며 “한미일 협력이 강화될수록 북중러 협력이 심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미국·일본과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어느 한쪽에 완전히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침공은 규탄받아야 하며 조속히 종전돼야 한다”고 하면서도 “국가 간 관계는 단순하지 않고, 가능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평화적 공존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